‘순간’ 아닌 ‘시간’을 찍다…김장섭 사진전 ‘…서울’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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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섭의 사진전 ‘프롬 랜드스케이프 서울’의 전시작. 같은 풍경을 시차를 두고 촬영한 것이다. 사진 제공 갤러리룩스
김장섭의 사진전 ‘프롬 랜드스케이프 서울’의 전시작. 같은 풍경을 시차를 두고 촬영한 것이다. 사진 제공 갤러리룩스
사진 작품을 보면, 깊고 깊은 숲 속에서 먼 하늘을 바라다보는 것 같다. 전면의 어둠 속에 나무가 드리우고 있고, 그 사이로 밝은 하늘이 보인다. 사진작가 김장섭 씨가 최근 ‘프롬 랜드스케이프 서울’전에서 선보이는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곳은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있는 창경궁의 한 풍경이다. 서울 시내 풍경을 찍었을 뿐이다. 렌즈의 속임일까? 이제야 전시 타이틀이 왜 서울 풍경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는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증명하기 불가능하다”며 “다만 사진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창경궁을 이렇게도 볼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시작은 한 풍경에 시차를 두고 렌즈를 갖다댄 것이다. 관객이 보기에는 달라진 게 거의 없는데 작가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시간의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은 같은 듯 다른 듯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같은 풍경인데도 시간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면 이미 다른 풍경이다. 무엇을 담고 있느냐는 소재보다 작품에 이르는 과정이나 사고 자체가 작품을 이루는 한 요소라는 것이다. 즉 그의 작품은 별도의 자리에 떨어져 있기보다 관객의 시선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사진평론가 진동선 씨는 이에 대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 판단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변화하는 풍경은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수료했으며 1980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해 주목받은 한국 설치작가 1세대였다. 이후 사진으로 옮겨온 그는 “사진과 영상이 앞으로 상당 기간 회화를 대신할 것”이라며 “사진도 컬러나 형태의 왜곡을 통해 언어화할 수 있으며 그런 조작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려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룩스. 02-720-8488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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