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놀랍게도 이곳은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있는 창경궁의 한 풍경이다. 서울 시내 풍경을 찍었을 뿐이다. 렌즈의 속임일까? 이제야 전시 타이틀이 왜 서울 풍경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는 “아름답거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증명하기 불가능하다”며 “다만 사진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창경궁을 이렇게도 볼 수 있다면 재미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시작은 한 풍경에 시차를 두고 렌즈를 갖다댄 것이다. 관객이 보기에는 달라진 게 거의 없는데 작가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시간의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은 같은 듯 다른 듯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같은 풍경인데도 시간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면 이미 다른 풍경이다. 무엇을 담고 있느냐는 소재보다 작품에 이르는 과정이나 사고 자체가 작품을 이루는 한 요소라는 것이다. 즉 그의 작품은 별도의 자리에 떨어져 있기보다 관객의 시선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사진평론가 진동선 씨는 이에 대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 판단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변화하는 풍경은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수료했으며 1980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해 주목받은 한국 설치작가 1세대였다. 이후 사진으로 옮겨온 그는 “사진과 영상이 앞으로 상당 기간 회화를 대신할 것”이라며 “사진도 컬러나 형태의 왜곡을 통해 언어화할 수 있으며 그런 조작을 통해 풍경을 바라보려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룩스. 02-720-8488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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