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사운드 계승” 자부심 넘친 연주…바흐오케스트라 공연

  • 입력 200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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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현 예술극장 콘서트홀에서 게반트하우스 바흐오케스트라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나고야=전승훈 기자
8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현 예술극장 콘서트홀에서 게반트하우스 바흐오케스트라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나고야=전승훈 기자
8일 오후 1시 일본 나고야(名古屋) 아이치(愛知) 현 예술극장. 토요일 낮 시간인데도 콘서트홀에서는 1743년에 창단된 세계 최고(最古)의 관현악단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흐오케스트라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공연에 2000여 명이 몰렸다.

“축구장에서 공이 22개면 선수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공이 1개라서 문제입니다. 대신 관중은 그만큼 즐겁지요. 오케스트라도 여럿이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 청중을 즐겁게 한다는 점에서 축구와 같습니다.”

이날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6곡) 연주 대장정을 마친 지휘자 크리스티안 풍케(바이올린) 씨는 기자와 만나 월드컵 이야기를 꺼내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1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게반트하우스 바흐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한다.

바흐오케스트라는 바흐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각 부분 솔로이스트(수석, 부수석 연주자)로 이뤄져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멘델스존이 지휘자로 재직(1835∼1847)할 때 수많은 바흐 음악을 재조명했던 전통을 이어 오늘날까지도 바흐 연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크시대의 다양한 협주곡 양식을 모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만만치 않은 기교와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하루에 연주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이들은 2시간 반 동안 줄곧 서서 연주하는 대단한 기량을 보였다. “솔로이스트들은 원래 서서 연주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

이들의 연주는 요즘 크게 유행하는 ‘원전연주’(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 양식을 복원한 연주)는 아니지만 자신들의 전통에 따라 풀이한 바흐를 들려주었다. 템포와 역동성이 대중음악의 비트를 연상하게 하는 한편 우아함과 유려함, 청명함과 부드러움은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나 원전연주를 절충한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있었다. ‘협주곡 제2번’에서 바로크 트럼펫 대신 현대 악기인 호른이 사용돼 화려함이 적었고, ‘협주곡 제4번’ 등에서 고(古)악기인 쳄발로 소리가 현대 악기들의 음량에 묻혔다.

풍케 씨는 “바흐는 음을 만들어 냈지 악보에 정확하게 어떤 악기를 쓰라거나 어떤 스타일로 연주하라고 지정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흐시대의 트럼펫은 굉장한 고음이었고 지금은 원전 트럼펫을 연주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의 바흐 해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흐오케스트라는 19일 공연에 이어 20일 오후 8시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외에 파헬벨 ‘캐논’, 헨델 ‘라르고’, 알비노니 ‘아다지오’ 등을 들려준다. 02-599-5743

나고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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