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사소한 다수’의 반란…‘롱테일 법칙’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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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테일 법칙/스가야 오시히로 지음·예병일 옮김/216쪽·1만2000원·재인

《일명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80 대 20 법칙’은 그동안 비즈니스 세계의 황금률을 넘어 사회 일반원리로까지 확대 해석됐다. 이 법칙은 매출의 80%가 20%의 충성 고객에 의해 이뤄지고 생산량의 80%는 20%의 우수 사원이 만들어낸다는 것. 심지어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나 양극화 대책에도 ‘잘나가는 20%’와 ‘나머지 80%’로 국민을 가르는 셈법이 곧잘 등장해 왔다.》

그러나 ‘웹 2.0’의 시대. 20%의 핵심 고객이 아닌 나머지 80%의 ‘사소한’ 다수의 반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파레토의 법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경우 전체 수익 중 절반 이상이 반스앤드노블 같은 대형 서점 서가에는 진열 조차 안 돼 있던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에서 나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인터넷 포털업체 구글의 주 수익원은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아니다. 오히려 꽃 배달 업체나 제과점, 웨딩숍과 같은 소위 ‘개미군단’의 광고가 큰 가치를 창출한다.

이들 기업의 상품별 판매량을 그래프로 표시해 보면 공통적으로 공룡의 꼬리 모양이 나타난다. 그 꼬리가 워낙 길어 상위 20%(머리 부분)의 매출보다 꼬리 부분(80%)의 매출이 전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은 이를 ‘롱테일(Long tail·긴 꼬리)’ 전략이라 이름 붙였다.

‘롱테일’이 가능해진 것은 인터넷 유통혁명 때문. 반스앤드노블이 보유하고 있는 도서는 13만 종인 데 비해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230만 종을 취급하고 있다. 유통, 광고, 재고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이버 세상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 없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롱테일 법칙은 비단 온라인 사업에만 적용되는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웹 2.0 시대에 비즈니스와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책은 유아용 우유제조업체 아이크레오, 웹상의 전직(轉職) 정보 매칭서비스 ‘엔-저팬’, 혼다사의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인터내비 프리미엄 클럽’ 등 ‘롱테일 전략’을 실현한 기업들의 사례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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