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4>葉公好龍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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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葉公好龍(엽공호룡)’이라는 말이 있다. ‘엽공(葉公)’은 사람의 이름이고, ‘好’는 ‘좋아하다’라는 뜻이며, ‘龍’은 곧 ‘용’을 뜻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엽공이라는 사람이 용을 좋아한다’라는 뜻이 된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나왔다.

옛날 중국에 엽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용을 너무나 좋아했다. 그는 용을 좋아하는 정도가 지나쳐서 가구나 술잔에도 용을 그려 넣었으며, 담장이나 기둥에도 곳곳에 용을 그리고 새겨 넣았다. 하늘에 살던 용이 이 소식을 들었다. 용은 자기를 그토록 좋아한다는 엽공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하늘에서 내려와 엽공의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창문에 기대어 방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용의 꼬리가 창 밖으로 길게 늘어졌다. 그때 엽공이 이를 보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갔다.

‘葉公好龍’―이 이야기에 나오는 엽공은 정말 용을 좋아한 것일까? 그가 좋아한 것은 용인 듯하지만 진정한 용은 아니었다.

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선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에게 정말 선을 실천하자 하면 도망쳐 버릴 가능성이 있다. 믿음 소망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믿음 소망 사랑을 좋아하는가? 그에게 정말 믿음 소망 사랑을 실천하자 하면 대개는 못 본 척하고 도망쳐 버릴 수 있다. 정의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정말 정의를 좋아하는가? 그에게 정의를 실천하자고 하면 대개는 못 본 척하고 도망쳐 버릴 수 있다. 인내를 강조하는 사람은 정말로 인내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정말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가? 대개는 못 본 척하고 도망쳐 버릴 수 있다. 용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정말 용을 보면 도망가듯이.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본질인가? 아니면 이름뿐인가?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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