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는 NHK보다 더 큰 수술 급하다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일본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NHK 개혁방안’ 최종보고서 초안이 완성됐다. 일본 총무상 자문기구가 만든 이 보고서를 토대로 방송법 개정안이 마련되면 NHK는 내년 중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된다. 직원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NHK는 끝내 국가적 차원의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고서는 NHK가 보유하고 있는 TV 5개와 라디오 3개 등 8개 채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 4개를 줄일 것을 요구했다. 2011년까지 TV 채널 1개, 라디오 2개를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오락 스포츠 부문은 자회사로 독립시켜 민영방송과 경쟁하도록 했고 기존 자회사에 대해서는 큰 폭의 통폐합을 주문했다. 이대로 되면 NHK는 보도 교양 편성 부서만 남게 돼 조직과 인원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한때 영국 BBC와 함께 공영방송의 대명사로 불렸던 NHK의 몰락은 공영방송이 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시청자들의 믿음을 상실하고 제멋대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노무현 정권 출범 이래 심화된 편향 보도와 방만 경영으로 비판받아 온 KBS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NHK는 ‘시청료 납부 거부’라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했으나 이후 내부 혁신에 나름대로 노력했다.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났으며 직원의 10%를 감원했고 예산을 크게 삭감했다. 그러나 KBS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오히려 자회사를 늘리겠다고 나섰고 2007년까지 국민 세금에서 600억 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달라고 손을 벌렸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간판 아래 버젓이 권력의 이익과 코드를 대변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KBS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시급하다. NHK와 더불어 큰 폭의 구조조정에 나선 영국 BBC의 사례를 참고해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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