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독일 ‘통일 후유증’이 주는 교훈…‘대재앙, 통일’

  • 입력 2006년 6월 3일 02시 59분


◇대재앙, 통일/우베 뮐러 지음·이봉기 옮김/310쪽·1만1000원·문학세계사

북한 신포 경수로사업이 아무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한국이 투자한 1조3600여억 원을 손해 보게 됐다는 뉴스는 이 책에 고스란히 오버랩된다. 통일되기 전부터 1조 원이 넘는 돈이 낭비돼야 한다면 실제 통일이 이뤄진 뒤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인가.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990년 통독 이후 2005년까지 1조4000억 유로(약 1680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동독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으며 동독에 대한 기부금이 단계적으로 삭감되는 2008∼2020년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일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퍼주기’가 오히려 동독지역을 경제적 불모지로 만들었다고 고발한다. 동독지역이 이미 급격한 인구 감소와 극우·극좌 정당의 선호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내는데도 독일 정치인과 언론은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동독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독일 경제를 구하는 방법은 구서독으로부터의 의존의 사슬을 끊고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적 자립을 모색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따뜻한 복지’가 독이고 ‘차가운 시장’이 약이라는 역설적 교훈을 음미할 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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