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길의 테마’ 기억나세요?”…영화음악 콘서트 여는 이병우

  • 입력 2006년 5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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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병우 영화음악 콘서트’를 여는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 감독 이병우. 그는 “이제 영화음악 감독이 됐으니 중후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도 듣지만 지금의 편안하고 후덕한 내 모습이 없었다면 영화 ‘왕의 남자’의 음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기 기자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병우 영화음악 콘서트’를 여는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 감독 이병우. 그는 “이제 영화음악 감독이 됐으니 중후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도 듣지만 지금의 편안하고 후덕한 내 모습이 없었다면 영화 ‘왕의 남자’의 음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기 기자
《검은색 티셔츠 차림의 그가 슬리퍼를 끌며 스튜디오에서 나왔다. 배도 좀 나온, 둥근 얼굴의 후덕한 인상. 그러나 그는 이내 고민에 빠졌다. 자기 소개부터 난항이다.

“기타리스트, 영화음악 감독, 작곡가…아 진짜 모르겠어요.…그냥 음악이 좋은 아저씨?”》

#1… “아, 진짜 모르겠어요. 정체를”

9일 밤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음악이 좋은 아저씨’ 이병우(41).

그는 인터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잘 모르겠는데요”로 일관했다.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병우 영화음악 콘서트’에 대한 것도, 그가 만든 영화 ‘왕의 남자’ 사운드트랙의 흥행 비결도, ‘왜 사냐건 웃지요’ 식의 응답뿐이었다. 확실한 단 한가지는 올해 말까지 잡힌 스케줄.

“25일 개봉 예정인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사운드트랙 음반이 곧 출시돼요. 현재는 영화 ‘괴물’의 막바지 음악 작업 중이고, 하반기에는 최양일 감독님의 ‘더블 캐스팅’(가제)과 그 밖의 영화가 몇 개 더 잡혀 있어요. 아, 이렇게 말을 하다 보니 ‘영화음악 감독’ 같긴 하네요.”

1984년 그룹 ‘어떤 날’의 기타리스트로 데뷔했던 그가 대형 멀티스크린과 15인조 오케스트라를 무대에 세워 두고 영화음악 콘서트를 연다니 스스로 영화음악 감독이라는 실체를 만드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왕의 남자’, ‘스캔들’, ‘마리 이야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그리고 최근 작업한 ‘괴물’까지 2000년 이후 그가 참여한 10여 편의 영화음악 위주로 2시간짜리 ‘보고 듣는’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기타 콘서트만 해왔던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저는 분명 기타리스트이지만 지금은 영화음악가로서 전성기인 것 같아요. 제가 어릴 적부터 존경해 온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처럼 되고 싶은 욕심도 있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언젠간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2… “영화음악?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1994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 클래식기타과 수석 졸업, 이후 미국 피바디 음악원 장학생, 1989년부터 발표한 기타 솔로 앨범 5장…. 그러나 화려한 음악 경력과 달리 그는 ‘소심한 영화 음악가’였다. 인터뷰 내내 다소곳이 손을 모은 그의 자세처럼.

“매일 동료들에게 혼나요. 음악에 대해 고집을 안 부린다고. 영화음악은 제 개인음악을 만드는 것과는 달라 늘 마음을 비우고 감독, 배우 등 주변 사람들 얘기에 귀를 기울여요. ‘왕의 남자’도 그렇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어 탄생한 작품이죠.”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음악을 물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답은 “잘 모르겠는데요”다. “음악은 야구와 같아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겨우 한마디를 보탰다.

“어려운 영화음악은 있어요. 코믹물이죠.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 음악을 만들었을 때 최대한 코믹하게 음악을 만들었는데도 제작자는 전혀 안 웃긴다고 말하더군요. 제 능력 밖의 일이라 포기했어요.”

그는 그의 ‘분신’인 기타 대신 요즘은 컴퓨터 앞에 앉아 한손엔 영화 시나리오를, 다른 손엔 마우스를 잡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는 “1980년대 발표한 ‘어떤날’ 음반이 요즘 들어서야 명반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내 음악은 한 10년쯤 묵어야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보다는 앞일이 기대된다는 그에게 “일본의 영화음악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중후한 이미지로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제안했다. 대답은 여전했다.

“헤헤, 잘 모르겠어요. 지금의 후덕한 내 모습이 이병우 스타일이에요.” 공연 문의 02-515-6560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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