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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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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해지면 걱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둬야 하는 수도 무리수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수를 자세히 읽는 대신 무난한 수를 택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차츰 상대의 기세에 밀리게 되고 걱정거리는 더욱 많아진다.
잡다한 걱정은 마음을 더욱 위축시키고 상대방의 기세는 거세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리한 바둑을 유지하는 것이 불리한 바둑을 역전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3일 열린 CSK배에서도 이세돌 9단이 중국의 구리 9단을 상대로 필승의 국면을 만들었으나 15집 끝내기 대신 엉뚱한 곳을 보강하다가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우하 귀 패의 손익 계산을 해 보면 백은 패를 이겨 30집+α를 얻었고 흑은 중앙 백을 잡아 20집+α를 얻었다. 확정가만 해도 흑이 10집 손해인 데다 α의 가치 역시 백 쪽이 더 높다.
백 100은 두텁긴 하지만 유리하다는 심리에서 나온 느슨한 수. 백 102, 104도 악수다. 어차피 백 106을 둬야 한다면 백 102, 104는 괜히 흑만 두텁게 해 준 꼴이다.
백은 참고도처럼 처리하는 것이 가장 간명했다. 참고도의 진행이었다면 백은 곤마도 없고 실리도 크게 앞서 바둑을 일찍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흑 113에 백 114, 116은 적절한 대응으로 백 124까지 마무리를 서두르고 있다.
흑 125, 127은 게릴라 전법. 병력을 한 군데로 모으지 않고 분산시켜 곳곳에서 백의 취약점을 건드려 본다. 그러나 백도 128로 들어간 뒤 흑 129를 기다려 백 130으로 가르고 나온 수가 좋았다.
흑 131에 백 132도 힘찬 붙임. 흑 135로 하변 백을 포위한다. 백 136으로 끊어 점점 반상은 험악해지고 있다. 흑이 계속 저항하며 변화구를 던지지만 힘겨워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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