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킴수 테일러-올리비아 흐레빅 등 ‘TRAUMA’展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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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흐레빅 작 ‘열망 2006’
올리비아 흐레빅 작 ‘열망 2006’
‘당신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무엇인가.’

미국 뉴저지에서 실험영화와 영상작업을 하는 킴수 테일러(36) 씨와 네덜란드에서 설치작가로 활동해 온 올리비아 흐레빅(30) 씨에게 그 질문은 ‘해외 입양’이란 단어와 연결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낯선 땅으로 건너가야 했던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충격을 주었던 경험을 각기 비디오 영상설치작품과 벽화로 선보인다.

과거의 충격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이들의 작업은 21∼28일 서울 도봉구 창동의 창동 스튜디오 전시실에서 열리는 ‘TRAUMA’전에서 만날 수 있다. 두 입양작가와 더불어 한국의 판화작가 김영훈(36) 씨도 자신의 작업 세계를 지배해 온 어린 시절의 특별한 체험을 실마리로 삼은 설치작품 ‘Tell me the truth’를 내놓았다. 세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창동 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머물며 작업해 왔다.

테일러 씨와 흐레빅 씨는 창동에 머물면서 가족들과 상봉했다. 테일러 씨의 경우 30년 만에 만난 친어머니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곳이 창동이었고 지금도 가족이 창동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젊은 시절 큰 이모의 사진이 등장하는 ‘여기는 창동’이란 비디오 벽 설치작업을 통해 ‘창동’이라는 장소와의 특별한 인연을 탐색했다.

흐레빅 씨는 커다란 흰색의 벽면에 사람, 꽃, 말 등을 그려 넣은 벽 드로잉 설치작품 ‘열망, 미지로의 쾌활한 여정’을 선보인다. 벽에 그려진 우화적 이미지들을 통해 자신이 고민해 온 정체성의 모호함을 표현했다.

이들의 작품은 개인의 트라우마를 긍정적 에너지로 환원시키는 일종의 치유의 여정이며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고 명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1일 오후 4시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02-995-099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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