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곡은 선생이 40대 이후 정착해 지금도 부인인 롤리타 안(90) 여사와 딸 등 가족이 살고 있는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작품들이다. 특히 ‘포르멘토르의 로 피’ 악보에는 작품 제목과 선생의 서명, 1951년 8월 22일이라고 쓰인 날짜 외에도 ‘존경과 애정, 기쁨을 다해 이 곡을 썼으며 레오나로 세르베라에게 바친다’는 말이 스페인어로 쓰여 있다.
선생의 탄생 100주년인 올해 그의 음악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악보가 발견됨으로써 그의 음악적 삶을 재구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안익태기념재단에 기증된 악보를 악보집으로 엮는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두 편의 악보를 발견한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국내에서는 곡의 존재 사실만 알려졌을 뿐 연주된 적은 없는 작품들”이라며 “스페인에서는 연주된 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애국가’의 작곡가로 존경받는 것과는 달리 선생의 작품은 지금껏 악보 보존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곡 외에 악보가 남아 있는 작품은 ‘애국가’가 포함된 ‘한국 환상곡’과 교향시 ‘논개’ 등이 있다. ‘고종의 승하’ 등의 작품은 악보는 없이 제목만 알려져 있다.
안익태기념재단은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6월 중 ‘마요르카’와 ‘포르멘토르의 로 피’를 포함해 미공개 작품을 위주로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이는 매년 선생의 기일인 9월 16일 열어 왔던 음악회를 확대 개편한 것.
지난해 한국에서는 누리꾼을 중심으로 ‘애국가’를 저작권료를 내고 이용해야 하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었고 롤리타 여사와 딸 손자 등이 한국을 방문해 “애국가는 한국의 것이고 우리 가족은 한국인이므로 저작권은 한국 국민에게 있다”며 무상으로 한국 정부에 저작권을 양도했다. 당시 가족들은 선생의 악보 일체를 재단에 넘겼으며 3월 지휘봉과 사진, 편지 등 나머지 유품도 기념관 설립을 위해 재단 측에 넘길 계획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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