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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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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새해 벽두를 장식할 동아일보 신춘 문예가 9일 접수를 마감하고 당선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심사가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응모자는 9개 분야 2797명으로 지난해보다 310명 늘었다. 특히 시와 단편소설의 경우 동아일보 신춘문예가 배출한 뛰어난 문인들의 영향으로 매년 응모자가 다른 일간지보다 많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응모자는 시 부문에 1102명, 단편소설에 673명이었으며, 중편소설 298명, 시조 108명, 동화 331명, 희곡 78명, 시나리오 155명, 문학평론 21명, 영화평론에 31명이 각각 응모했다.》
중편, 단편소설과 시의 예심은 13일 동아일보사 내에 마련된 ‘신춘문예 심사장’에서 열렸다. 중편소설은 작가 은희경 김영하, 문학평론가 황종연 씨가, 단편소설은 작가 윤대녕 조경란, 문학평론가 박철화 씨가, 시는 시인 반칠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 씨가 각각 맡았다.
예심을 통해 드러난 두드러진 흐름은 유전자 복제를 다룬 작품이 여럿 있었으며, 고등학생들이 쓴 글 가운데도 탄탄한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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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씨는 “난자 채취나 유전자 복제와 같은 생명공학을 다룬 작품을 네댓 편 읽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생명공학이 소재 면에서 신선하며, 젊은 작가 지망생들의 상상이 활개 칠 공간을 많이 제공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의 연구 성과와 논란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란 게 심사위원들의 분석이다.
조경란 씨는 “고등학생들의 작품이 꽤 많이 보였는데 문장이 탄탄했다”고 말했다. 김영하 씨도 “(고등학생들의 작품 중에) 아주 뛰어난 이야기 실력을 보인 게 있었다”고 말했다. 차세대 황석영이나 최인호의 등장을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
윤대녕 씨도 동감을 표시하면서 “논술의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박철화 씨는 “고등학생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이른바 명문대에 특차로 갈 수 있는 데다 문예창작학과의 경우 장학금까지 준다. 고등학생들이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황종연 씨는 “사회 구조를 보는 시각은 갈수록 줄어들고 시선들이 ‘개인’으로 향하고 있다. 그 대신 주제와 소재가 다채로워졌다. 그리고 중편의 경우 이른바 ‘신춘문예 스타일’이 아주 드물었다. 문예창작학과에서 ‘리포트’로 요구하는 게 대부분 단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실제 탈북자가 북한을 다룬 소설들, 유령이 내레이터인 것, 비참한 ‘아버지’를 다룬 소설들, 일본의 소설과 만화 같은 ‘일류(日流)’ 영향을 받은 소설들이 눈에 띄었다. 단편소설 응모자 가운데는 올해 80세인 집념의 문학도도 있었다.
반칠환 씨는 “한 응모자는 ‘35년간 도전해 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작품에 밝혀 놓아서 더욱 세심하게 읽어 보았다. 하지만 결국 (예심에서)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혁웅 씨는 “‘훈련받은 작품들’이 꽤 보였는데, 잘못 훈련받은 것 같다. 자기 언어로 말하는 게 시인데, 그런 사람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익숙한 발언, 상투적인 깨달음이 많았다는 것.
예심을 통과한 응모자는 중편소설 15명, 단편소설 16명, 시 24명. 이들의 작품은 13일 밤새 복사 작업을 거쳐 본심위원들에게 넘겨졌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해외 14개국서 60명 인터넷 접수▼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올해 해외 응모자들에 한해 인터넷 접수를 받았다. 이 결과 미국 뉴질랜드 그리스 브라질 스페인 이라크를 비롯해 모두 14개국에서 60명이 작품을 보내 왔다. 미국에서는 교포 또는 유학생 등 모두 12명이 응모했다. 이라크 아르빌에 근무하고 있는 자이툰부대 장병이 시 부문에 응모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재중국 한국교포(조선족) 4명도 작품을 보내 왔다. 조선족은 그 수가 200만 명에 이르러 앞으로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이한 것은 해외 응모자 중 단편소설 응모자(17명)가 시 부문 응모자(19명)에 육박했다는 점.
이는 시가 더 높은 수준의 언어 구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외국어를 많이 쓰는 해외의 문학도들에게 더 어렵게 여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설 부문 응모자들은 깔끔하고 보편적인 어휘와 문장을 애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설 부문 응모자들이 다룬 무대는 뉴욕의 갤러리 거리부터 이탈리아의 아드리아 해협, 호주의 유람선 선상까지 그야말로 국제적이었다. 서른 살 미만의 나이가 적은 응모자일수록 더욱 그랬다.
인터넷으로 응모하는 것인 만큼 “어제(혹은 좀 전에) 보낸 것을 취소해 주고, 새로 고친 것을 받아 달라”고 부탁하는 응모자도 여럿 있었다. 어떤 이는 원고를 4차례나 수정해 보내 왔다. “잠시 외국에 관광을 가 있는데 현지서 보낸다”는 응모자도 있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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