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코리아니티 경영’…‘성장모델’ 다음 활로는?

  • 입력 2005년 1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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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니티 경영/구본형 지음/400쪽·1만3000원·휴머니스트

《성공한 자의 찡그린 얼굴! 어느새인가 우리는 승자의 대열에서 밀려나 사회 전체가 정체의 늪에 빠져 버린 듯하다. 최고가 아니라는 것, 선진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 2류의 문턱에서 몸부림치는 한국의 고뇌는 깊다. 외환위기 이후 ‘잃어버린 8년’의 그늘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현재의 답보와 위기는 모방과 추종으로 이루어진 ‘추격 모델’의 산물이라고 진단한다. “우리의 성장 동력이었던 추격 엔진은 수명을 다했다. 한국은 추종자가 좇을 수 있는 마지막 자리에 와 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자리를 옮겨 가는 것이다.”

이 절박한 ‘새 길 트기(path breaking)’의 기로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인가.

저자는 우리의 내면적 유산을 적극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한국인의 문화적 유전자를 깊이 성찰하여 그 기질과 특징에 맞는 한국형 경영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세계를 유혹할 수 있는 부드러운 힘, 그 소프트파워는 영문 신조어인 ‘코리아니티(Coreanity)’로 명명된다. “코리아니티란 다수의 한국인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동질성, 공통의 일상적 취향이랄까 정신적 지형도 같은 것이다.”

미국 제품을 사용하면 아메리칸 드림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독일제는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견고한 이미지를 준다. 일제는 정교하고 섬세하다. 프랑스 상품에선 멜랑콜리와 사치의 풍요 같은 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계인이 인식하는 문화적 이미지가 없다. 이제 우리 것을 차별화해 세계적 보편성과 매혹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책은 ‘변화 경영 전문가’로 활동해 온 저자의 21세기 기업경영론이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모색해 온 그의 일관된 경영철학은 ‘사람을 모르면 경영도 없다’는 데 모아진다.

저자는 코리아니티의 핵심, 한국 문화의 원형질을 따뜻하고 역동적이며 관계 중심적인 공동체주의에서 찾는다.

한국인은 ‘우리’ 속에 ‘나’를 가지고 있다. 우리라는 집단 속에 자아를 심어 둔다. 한국인은 미국적 개인주의와 일본식 집단주의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를 떠나서 살기 어렵다. 그러나 그 관계 속에 묻혀 살기에는 또한 너무 역동적이다. 집단과 개인 사이에 머물며 그 갈등 속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저자 구본형 씨

저자는 21세기 미래조직의 운영과 개인의 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키워드로 글로벌리제이션, 기술, 속도, 지적자본과 지식, 고객화, 지속적 성장을 꼽으며 이 핵심적 요소들과 코리아니티의 공유 지점에 주목한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즐겨 써 왔다. 그동안 미국식 기능주의 경영에 밀리기는 했지만 이 말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변곡점에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인재경영이라는 21세기의 화두는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문화적 기회를 제공한다. 서구가 배워야 할 것을 우리는 이미 문화적 DNA로 정신적 근육 속에 저장해 놓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위기에서도 ‘회사는 버려도, 사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캐논의 종신고용 선언은 뭉클하게 와 닿는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일찍이 말하지 않았던가.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商卽人)!”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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