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PD수첩 윤리위반’ 후폭풍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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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6일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를 취재해 온 PD수첩팀의 최승호(崔承浩) 책임PD와 한학수(韓鶴洙) PD에게 대기발령 결정을 내렸다. 최종 징계 수위는 9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PD수첩팀의 강압 취재 파문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진 MBC는 6일에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제작진의 대기발령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 와중에 최문순(崔文洵) 사장의 사퇴를 놓고 사원들 간에 이견이 표출되는 등 내부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 최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원회의에서는 “철저한 내부 개혁과 질 좋은 콘텐츠 제공으로 현 위기를 극복하자”는 총론을 확인했지만 개혁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인 갈래를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선 “그동안 묵혀 있던 현안만 제대로 해결해도 위기를 넘길 수 있다”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일단 진심을 다해 사과부터 하고 관련자들을 읍참마속해야 한다”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간부는 “최 사장이 5일 회의에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으나 6일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MBC 직원 사이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최 사장의 거취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견 간부들은 “흐트러진 지휘 책임의 계통을 분명히 세우기 위해서라도 사장이 이른 시간 내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PD수첩 사태는 사전에 적절한 게이트키핑이 있었으면 피할 수 있었다”며 “게이트키핑의 부재는 사장을 지지하는 강성 노동조합의 힘을 등에 업고 간부의 지시를 받지 않으려는 일선 제작진의 그릇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사태의 원인을 진단했다. 중견 간부들을 중심으로 ‘사원총회 개최’ 주장이 나오는 것도 경영진-노조로 이어지는 라인에 더는 끌려 다니지 말고 제 목소리를 내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최 사장을 지지해 온 MBC노조는 5, 6일 이틀간 PD수첩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열었으나 성명서 발표나 추후 대책에 대한 방향은 정하지 못했다. 노조의 한 간부는 “사장 퇴진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우선 PD수첩이 취재한 진실과 취재 과정의 윤리적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확인한 뒤 태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이 속한 보도국은 공개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진 않았지만 “PD들이 취재의 기본을 어기는 바람에 MBC 보도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PD는 “지금은 누가 누구를 비판할 때가 아니라 직원의 총의를 모아야 할 때”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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