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스페셜’ 송경태씨의 감동 완주기 방영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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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씨(오른쪽)가 다른 참가자와 끈으로 몸을 연결한 채 사하라 사막 언덕길을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 KBS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씨(오른쪽)가 다른 참가자와 끈으로 몸을 연결한 채 사하라 사막 언덕길을 달리고 있다. 사진 제공 KBS
세계 4대 극한마라톤 중 하나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마라톤. 6박 7일간 250km를 달려야 하는 사하라 마라톤은 섭씨 50도가 넘는 더위와 끊임없이 부는 모래폭풍 때문에 내로라하는 마라토너들도 참가를 꺼린다.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참가자들은 필요한 음식과 침낭이 든 배낭을 메고 달려야 한다. 이 지옥의 레이스에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44·전북 시각장애인도서관장) 씨가 도전했다.

KBS1 ‘KBS스페셜’은 5일 오후 8시 송 씨의 사하라 마라톤 완주기를 방영한다.

대회 첫날인 9월 25일. 송 씨는 33개국 106명의 참가자와 함께 이집트 카이로 서쪽 500여 km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는 1m가량의 줄을 다른 한국 참가자와 연결해 허리에 묶고 뛰었다. 이 대회는 첫날이 고비다. 참가자들의 몸이 사막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여서 초반 탈락자가 속출한다. 대회 완주 경험이 있는 이무웅(62) 씨도 12km 지점에서 탈락했다. 송 씨 역시 20km 지점에서 탈진해 쓰러졌다.

군대에서 폭발물이 터져 시력을 잃은 송 씨는 그동안 북미 대륙 도보 횡단, 캐나다 로키산맥의 스쿼미시 거벽 등반 등 험난한 코스를 거뜬히 극복했다.

그런 그에게 초반 탈락은 있을 수 없는 일. 대회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아들 민(22·전주교대)을 생각하며 간신히 몸을 추슬러 첫날 30km 코스를 겨우 마쳤다.

물만 부어 먹는 인스턴트식품은 입에 맞지 않았고 코와 입에는 늘 모래가 서걱거렸다.

둘째 날 밤에는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불어 텐트가 날아가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체력이 떨어지자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음식도 대부분 버렸다.

마지막 고비는 5∼6일째 80km를 밤새워 달리는 롱데이(Long Day) 구간. 다리가 완전히 풀려 걷기도 힘든 상황에 그는 끈을 붙잡고 질질 끌려가다시피 걸었다.

그는 69시간 2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완주한 78명 중 71등. 그러나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

송 씨는 “나를 번갈아 이끌어 준 13명의 한국 참가자들이 고맙다”며 “더 뛰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지만 나를 항상 격려해 준 가족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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