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팬’ 선물…하루아침에 유명해진 한상진-재성

  • 입력 2005년 10월 15일 03시 04분


코멘트
아버지는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다.

평생 팬을 가져보지 못한 무명 개그맨 아버지에게 드릴 생일선물로, 아버지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글이 담긴 미니홈피 방명록을 만들기 위해 누리꾼들에게 참여를 호소했던 한재성(韓宰星·27) 씨.

▶본보 13일자 A12면 보도

“100명이 목표”라던 아들의 소망은 꿈처럼 이루어졌다. 아버지 한상진(韓相振·45) 씨의 생일인 14일 오후까지 방명록에 글을 남긴 사람은 8000여 명, 미니홈피 방문자는 10만7000여 명에 이르렀다.

13일 밤 한 씨 부자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근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현재 MBC 주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 경찰 의사 형사 등 단역으로 출연 중인 아버지는 핑크빛 넥타이에 청바지를 입어 아들의 큰형 같았다.

재성 씨는 동아예술대 영상음악과를 올해 졸업하고 현재 편입 준비 중. 24세 여동생까지 세 식구는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산다. 절절한 가족사에 비해 부자의 표정은 밝았다.

“아직도 꿈같고 실감이 안 나. 영등포교도소에서 위문 공연 중인데 자꾸 전화가 오더라. 우리 부자 이야기가 화제라며 인터뷰 좀 하자고…. 공연 끝내고 PC방 가서 처음 봤어. 왠지 우리 가족의 어두운 이야기를 드러낸 것 같아 처음엔 널 나무랐지.”(아버지)

“죄송해요. 말씀 안 드리고 깜짝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아들)

잠시 표정이 어두워지던 아버지는 이내 밝은 얼굴로 “그래도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해줬다”며 웃었다. 이 가족의 가훈은 ‘긍정적 사고, 긍정적 행동’이란다.

“아버지가 무명인 게 그렇게 마음에 걸렸느냐”라는 질문에 아들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제가 아버지를 닮아 좀 웃기잖아요. 어릴 적부터 사람들이 ‘너 개그맨 해라’란 이야기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유명했으면 누구나 ‘아버지 피를 타고나 웃기는구나’ 했을 텐데, 아버지를 모르니까….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웃음)

아버지는 아들이 초등학생 시절 자신의 개그를 그대로 외워서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공연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게 아마 ‘바보 삼형제’였지. 항상 아버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줘서 고마웠다.”(아버지)

“어릴 땐 아버지가 고생하시는지도 몰랐어요.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가 가족을 두고 혼자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집도 없어 차에서 주무시며 외로워서 술로 잠을 청하곤 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아들)

갑자기 카페에 있던 한 여성이 다가와 “생신 축하한다”라며 한상진 씨에게 꽃다발을 전하자 부자는 다시 유쾌해졌다.

“세상 떠난 네 엄마에게 아들 덕분에 유명해졌다고 자랑하고 싶구나. 이럴수록 정신 차리고 기회를 살려야지. 아빠 정말 연기 제대로 해볼게.”(아버지)

“아버지. 로또복권 당첨되면 욕심이 생겨 인생이 흐트러진다는데…. 그래도 저는 이 모든 것에 감사해요. 2002년 월드컵이 끝나면 독일 월드컵이 오듯이 우리도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죠.”(아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