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59>착(쉬엄쉬엄 갈 착)

  •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갑골문에서 착은 사거리(行·행)에 발(止·지)이 놓여 ‘길 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금문에서 좌우 동형인 行의 한쪽 부분이 줄어 척(조금 걸을 척)으로 변했고, 소전체에서 아래위의 간격이 줄어 지금의 착이 되었다. 이후 다른 글자들과 결합할 때 착으로 썼다.

그래서 착으로 구성된 글자들은 ‘걷는’ 동작을 나타낸다. 예컨대 逐(쫓을 축)은 멧돼지(豕·시) 등 짐승을 뒤쫓아 감을, 追(쫓을 추)는 군사(師·사)를 추격함을, 進(나아갈 진)은 앞으로만 나아가는 새(추·추)의 걸음을 말한다. 또 逸(잃을 일)은 잘 달아나는 토끼(兎·토)로서 ‘잃다’는 의미를, 連(잇닿을 련)은 길에서 수레(車·거)를 끄는 사람으로부터 수레와 사람이 맞닿아 있음을 형상화했다.

送(보낼 송)은 원래 두 손(공·공)으로 불(火·화)을 든 모습에 착이 더해져 밤에 횃불을 밝히며 사람을 보내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逆(거스를 역)은 사람을 맞이함을 말했는데, 거꾸로 선 사람()·역)으로서 사람이 밖에서 들어옴을 그렸다. 返(돌아올 반)이나 회(돌아올 회)도 모두 가던 길을 되돌아(反·반, 回·회)옴을 말한다.

하지만 達(통달할 달), 通(통할 통), 逕(좁은 길 경), 述(말할 술) 등에는 ‘길’의 의미까지 남아 있다. 達은 원래 大(큰 대)와 척으로 구성되어 사람(大)이 다니는(척) ‘큰길’을 말했고, 막힘없이 뚫린 큰길은 어디든 ‘통하고’ ‘이르게’ 한다. 通은 속이 텅 빈 종(甬·용)처럼 곧게 뻗은 길을, 逕은 베틀(경·경)의 실처럼 작고 좁은 길을, 述(지을 술)은 길에서 곡물(朮·출·출의 본래 글자)을 내다 팔면서 선전하고 떠벌림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道(길 도)의 首(머리 수)는 사슴의 머리를 그렸는데 매년 자라나 떨어지는 사슴의 뿔은 순환의 상징이다. 그래서 道는 그런 순환의 운행(착), 즉 자연의 준엄한 법칙을 말했고 그것은 인간이 따라야 할 ‘길’이었다. 이로부터 ‘道’라는 숭고한 개념이 담겼고, 이런 길(道)을 가도록 잡아(寸·촌) 이끄는 것이 導(이끌 도)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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