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윤석인 수녀등 장애작가 전시 잇달아

  • 입력 2005년 10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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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수 작 ‘유영 swimming’(2002년)
신일수 작 ‘유영 swimming’(2002년)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미술계에서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장애 작가 30명의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청각 장애를 딛고 산수화의 일가를 이뤘던 고 운보 김기창 화백을 기리는 운보미술관(충북 청원군)에서 23일까지 열리는 ‘소리 없는 메아리전’이 그것이다. 중증장애를 이긴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은 예수 수녀회의 원장인 윤석인 수녀는 침대 휠체어에 갇혀 지내는 1급 척수장애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앓은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상반신을 움직이지 못한다. 손 움직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는 서른 살에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림에 입문했다. 바티칸에서도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도 1.6×1.3m 초대형 유화 ‘영의 태양’을 출품했다.

단국대 오순이 교수의 그림도 등장한다. 그는 3세 때 기차에 치여 양팔이 절단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단국대 동양화과 수석 졸업, 한국인 최초로 대만 중국미술학원 박사학위 취득, 단국대 동양화 전공 초빙교수 임용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밖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뒤 구필화가로 활동하면서 입으로 막대기를 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 수필집 5권을 펴낸 한미순 씨를 비롯한 구필화가 박종관, 박정 씨의 작품도 선보인다. 사지 마비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손끝에 붓을 묶어서 그림을 그리고 장애인 전용 화실인 ‘소울음 화실’을 운영하는 최진섭 씨의 작품도 전시된다.

운보미술관은 소년소녀가장 등 6만여 명을 초청해 전시회를 보여주며 매주 화, 금요일에는 윤석인 수녀 등 작가를 초대해 특강도 마련한다. 043-213-0570

한편 청각 장애를 딛고 강단(서울시립대 환경조소과)에 서면서 작품 활동을 해온 조각가 신일수 씨도 7∼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김기창 화백의 이야기를 소개한 신문 기사에 감명을 받고 ‘그림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상명대 조소과에 입학한 뒤 전공을 그림에서 돌 조각으로 바꿨다. 돌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흙으로 빚어 놓은 듯 구상성이 강한 그의 작품들은 따뜻하면서도 여유로운 작가의 세상 보는 눈을 느끼게 한다. 02-549-3112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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