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형구]‘이순신’ 후속작이 ‘칭기즈칸’이라니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17분


코멘트
‘세기의 정복자라고 하는 칭기즈칸’ 군대와 맞서 싸운 우리 민족을 무한히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당시 몽고가 그들의 침략전쟁으로 넓힌 영토가 서울시청 앞 광장만 하다면 고려는 그 안에서 굴러다니는 자갈돌보다도 작은 강화도에서 장장 40년 동안 몽고에 저항했다.

그런데 공영방송인 KBS가 사운을 걸고 10일부터 30회짜리 ‘칭기즈칸―위대한 리더십’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이 우리 역사를 침식하고,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상황에서 ‘불멸의 이순신’의 후속작으로 칭기즈칸이 방영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 오늘날 국가가 앞장서서 ‘친일 청산 운운’하면서 공영방송이 800년 전 우리 민족을 모독하고 멸망시키려 한 몽고의 건국자인 칭기즈칸을 장기 방영해 정복자를 찬양 선전한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1992년 편찬한 ‘중국대백과사전’은 칭기즈칸에 대해 “작전 면에서는 유목 부락 전쟁 시에 익힌 야만성과 잔혹성이 큰 특징이고, 성격 면에서는 피정복지 주민을 대규모 살육 도살하면서 성곽과 마을을 무자비하게 훼멸하는 극히 파괴적인 성질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했다. ‘고려사’에서도 고종 18년(1231년) 11월에 “몽고병이 29일 밤 미명에 평주성 안에 돌입하여 그 성을 도륙하고 인호(人戶)를 모두 불태워, 심지어 병아리와 강아지까지 단 한 마리도 남은 것이 없었다”고 한 것을 보면 몽고병들이 얼마나 잔악했던가를 알 수 있다. 몽고병들은 이런 도륙 전쟁을 40년 동안 이 땅에서 무려 11차례나 저질렀다. 경북 경주시에 있던 황룡사 9층목탑도 이때 불타지 않았는가.

내년이면 칭기즈칸이 몽고(원나라)를 건국한 지 800년이 되는 해다. 칭기즈칸이 피지배지에서 ‘영웅’으로 부활한다면 먼 훗날에는 우리 민족의 철천지원수인 이토 히로부미가 이 땅에서 ‘위대한 영웅’으로 환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KBS는 칭기즈칸 방영을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

이형구 선문대 교수·역사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