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김성환화백 ‘나의 육필 까세집’ 출간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새 우표가 발매되는 날, 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봉투에 붙이고 그 날짜의 우체국 소인을 받아두는 것을 초일봉피(初日封皮)라고 한다. 이 봉투에 다시 우표와 관련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을 ‘우표 카셰(cachet)’라 한다. 생각만 해도 낭만적인 일이다. 그 카셰 그림이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멋진 작품이 될 것이다.

40여 년간 111인의 카셰 그림을 모은 김성환(73) 화백. 시사만화 ‘고바우’로 더 잘 알려진 그가 최근 카셰 그림 모음집 ‘나의 육필 까세집’(인디북)을 출간했다.

김 화백은 1960년대부터 유명 화가 등에게 일일이 편지봉투를 보내 그림을 받았다. 이미 고인이 된 김기창 장욱진 장우성 박고석 문신 중광 김교만 변종하부터 현역으로 활동 중인 김흥수 황주리 송영방 송수남 이종상 등에 이르기까지 간판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고 프란체스카 여사, 고고미술사학자였던 고 김원룡도 포함돼 있다.

그림은 이렇다. 예를 들면 꽃그림 우표가 붙은 봉투에는 꽃에 관한 그림을 그려 넣는 식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미지를 그려 넣은 것도 있다. 천경자는 ‘정조의 파초 그림’ 우표를 보고 우수에 잠긴 여인을 그렸다. 이태길은 ‘이중섭의 황소 그림’ 우표를 보고 여성 누드를 그렸다. 황용엽은 ‘안창호 초상’ 우표가 붙은 봉투에 물감을 흩뿌려 추상화를 만들었다. 안창호의 격정적인 삶을 표현한 듯하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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