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연예인들 TV토크쇼에서 시시콜콜한 과거 얘기로 인기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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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정준하(34) 씨. 그는 지난달 29일과 5일 SBS 오락프로그램 ‘야심만만’에 출연해 자신의 못다 한 사랑이야기를 털어놨다. 내용은 10년 전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지만 집안의 반대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영화 같은 이야기. 프로그램 방영 후 시청자들은 즉각 정준하의 슬픈 러브스토리를 확대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야심만만’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감동했다’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고 얘기 중 삽입된 배경음악까지 관심을 얻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정준하를 입력하면 ‘정준하 러브스토리’가 바로 나올 정도로 확산은 빨랐다. 정준하의 ‘사생활’이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

● 사생활은 나의 자산. 열심히 팔아라!

“사생활을 팔아라.”

최근 토크쇼 스타일 오락프로그램의 주요 코드다. KBS2 ‘상상플러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SBS ‘야심만만’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 등 인기 프로그램들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게스트로 나오는 연예인들은 주제가 주어지면 이와 관련된 자신의 과거사를 나열한다. 포인트는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최대한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 사생활은 이제 감추어야 할 프라이버시이기보다 자신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무기가 됐다.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토요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 출연하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방송인 노홍철(27)은 ‘사생활 팔기’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인물. 그의 독특한 개성과 행동에 부담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인터넷 쇼핑몰, 여행사 등을 운영한 과거사가 그 자신의 입을 통해 공개되면서 ‘행동과 달리 성실하고 진취적인 젊은이’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오버랩됐다.


현영, 김제동 등 오락 프로그램 MC나 패널들은 대부분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 군대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솔직한 모습으로 인기를 더하기는 이효리도 마찬가지.

● 사생활 상품화, 문제는 없나?

시청자 이호민 씨(27·대학생)는 “거리감 있던 연예인들이 자신의 개인사를 이야기해 처음에는 친근함을 느꼈지만 이제는 토크 주제와 상관없이 기회만 있으면 가족사, 친구 이야기를 쏟아내 식상할 뿐 아니라 들으면서 저게 정말일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32) 씨는 “과거 제3자의 이야기를 유머의 소재로 삼던 것과 달리 남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자신의 개인사를 극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극의 수위를 높여 자신을 각인시키는 행위”라며 “재미는 있지만 연예인의 사생활 소개가 굳이 지상파를 통해 방송돼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출연자들의 말이 사실인가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다. ‘오락프로그램인데 재미있으면 되지…’라는 의식도 진실성 여부를 덮어두는 데 면죄부를 준다. 자주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노홍철 씨에게 전화로 내용의 진위를 묻자 “토크쇼에서 하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라고 단언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하려 하자 얼굴을 안 보고는 인터뷰를 못하겠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야심만만’의 연출자인 최영인 PD는 “꾸며낸 얘기들은 대개 금방 티가 나기 때문에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빼버린다”며 “하지만 일부 연예인들이 튀기 위해 이야기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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