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36>艮(어긋날 간)

  • 입력 2005년 8월 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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艮의 자원은 명확하지 않다. ‘설문해자’에서는 匕(비수 비)와 目(눈 목)으로 구성되어 ‘복종하지 않다. 서로가 노려보며 양보하지 않음을 말한다’고 했다. 갑골문에서는 크게 뜬 눈으로 뒤돌아보는 모습을 그렸고, 금문에서는 눈을 사람과 분리해 뒤쪽에 배치하여 의미를 더 구체화했다. 이들 자형을 종합해 보면, 艮은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돌려 노려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艮의 원래 뜻은 부라리며 노려보는 ‘눈’이다. 하지만 艮이 싸움하듯 ‘노려보다’는 의미로 확장되자, 원래의 뜻은 目을 더한 眼(눈 안)으로 분화했는데, 眼이 그냥 ‘눈’이 아니라 眼球(안구)라는 뜻을 가지는 것도 이의 반영일 것이다.

먼저, 艮에서 파생된 글자들 중 ‘노려보다’는 뜻을 가진 경우로, 恨(한할 한)은 서로를 노려보며(艮) 원망하는 마음(心·심)을, b(개 싸우는 소리 한)은 개(견·견)가 서로 싸우는(艮) 것을 말하는데, 개는 두 마리만 모여도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동물로 이름이 나 있다.

限(한계 한)은 머리를 돌려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는 시선(艮) 앞에 높다란 언덕(阜·부)이 ‘가로막혀 있음’으로부터, 장벽에 부딪힘과 限界(한계)의 뜻을 그렸다. 또 흔(패려궂을 흔)은 큰 길(척·척)에서 눈을 부라리며 반항하는 모습에서 공개된 장소에서조차 반항할 정도로 흉악하고 정도가 ‘심함’을 그렸고, 根(뿌리 근)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생존경쟁을 벌이는 나무의 뒤엉킨 ‘뿌리’의 이미지를 잘 나타냈다.

그런가 하면, 근(발꿈치 근)은 ‘뒤’의 의미를 가져, 발(足·발)의 뒤쪽(艮)을 말하며, 이로부터 발꿈치를 보며 ‘뒤따라가다’는 뜻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서로 양보하지 않아 일어나는 싸움과 ‘곤란’의 뜻을 담은 것으로, 艱(어려울 간)이 있다. 艱을 구성하는 a(노란 진흙 근)은 원래 기우제를 지낼 때 제물로 쓸 사람을 두 손을 묶고 목에 칼을 씌운 채 불에 태우는 모습을 그린 글자인데, 이후 艮을 더해 그런 ‘어려움(艱苦·간고)’을 더욱 강조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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