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인디밴드는 지금…]“너희도 벗냐” 억장 무너져

  • 입력 2005년 8월 6일 03시 05분


코멘트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라이브 클럽 ‘롤링 스톤즈’에서 4인조 밴드 ‘모닝본드’가 공연하고 있다. 이날 관객이 15명뿐이어서 공연장은 썰렁했다. 김윤종 기자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라이브 클럽 ‘롤링 스톤즈’에서 4인조 밴드 ‘모닝본드’가 공연하고 있다. 이날 관객이 15명뿐이어서 공연장은 썰렁했다. 김윤종 기자
4일 오전 7시 반. 4인조 모던 록 그룹 ‘모닝본드’의 여성 보컬 함교현(24) 씨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운 함 씨는 집이 있는 경기 과천시 주암동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스포츠용품 매장으로 출근한다. 오전 9시. “어서오세요”를 외치며 함 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전에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요. 뭐 어쩔 수 없죠. 음악이 제 인생의 전부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죠.”

“어이∼ 빨리 타!”

오후 2시. 양재동의 한 회사 급식소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낸 같은 밴드의 멤버이자 기타리스트 조성민(25)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함 씨의 회사 근처에 나타났다. 다음 목적지는 양재동에 있는 연습실. ‘모닝본드’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그들의 아지트다. 이들을 반겨준 것은 ‘모닝본드’의 리더 이진한(35) 씨. 곧이어 드러머 고재덕(24) 씨도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날은 오후 7시 30분 홍익대 앞 ‘롤링 스톤즈’ 클럽에서 공연이 있는 날이다. 2000년 결성된 ‘모닝본드’는 연습은 매일 하지만 홍익대 앞에서의 공연은 한달 평균 4, 5회.

“홍익대 앞 클럽은 모든 인디 밴드들의 오아시스랍니다. 물론 출연료는 술 한 잔 값 정도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낄 수 있죠.”

오후 5시 30분. ‘롤링 스톤즈’ 클럽에 도착한 이들은 잡채밥과 순두부찌개로 저녁을 해결한 뒤 리허설을 했다. 오후 7시. 공연장 좌석은 여전히 텅텅 비어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춥게 느껴졌다.

“평일에는 클럽에 손님들이 별로 없어요. 어떤 날에는 손님 두세 명 앞에서 공연한 적도 있죠.”

오후 7시 반. 15명 관객 앞에 선 ‘모닝본드’는 ‘여우놀이’ ‘준비됐어’ 등 신곡 7곡을 연속해 불렀다. “여러분 준비됐나요?”라며 함 씨는 객석의 흥을 돋우려 하지만 청중은 묵묵무답. 40분간의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함 씨가 웃으며 말했다.

“‘준비 됐어’ 노래 가사 중에 ‘예쁜 꽃다발도 던져버리고 예쁜 치마도 찢어버리고 신나게 놀아보자’라는 대목이 있는데 퇴폐스럽다고 설마 문제되는 건 아니겠죠? 하하.”

오후 10시. 클럽의 셔터를 내린 ‘모닝본드’ 멤버들과 ‘롤링 스톤즈’의 박준영 사장은 근처 한 맥줏집으로 옮겨 뒤풀이를 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화제는 자연스레 ‘그 사건’으로 옮겨갔다.

“‘음악캠프’ 사건 이후로 내가 미니홈피에 ‘모닝본드 공연합니다’라고 공지를 띄우면 친구들이 ‘너네는 옷 안 벗니’라고 물어보더라고요.”(함교현)

“야, 나도 홍익대 앞에서 밴드 생활한 지 15년인데 도대체 옷 벗고 공연한 애들을 본 적이 없다니까…. 클럽 밴드라고 소개하면 다들 옷 벗는 밴드라고 할까봐 너무 두려워.”(이진한)

“‘음악캠프’ 알몸노출 사건 때문에 야외에서 하기로 기획했던 여름 공연이 세 개나 취소됐더라. 속이 탄다.”(박준영)

뚜렷한 결론 없이 대화는 자정을 넘겼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