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팔벽 원정대 7000m 암벽에서 꽃핀 뜨거운 우정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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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함께, 살아도 함께.’ 난공불락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의 루팔벽에서 목숨을 건 동료애로 진한 감동을 준 김미곤 대원(왼쪽)과 자일 파트너인 송형근 대원. 연합
‘죽어도 함께, 살아도 함께.’ 난공불락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의 루팔벽에서 목숨을 건 동료애로 진한 감동을 준 김미곤 대원(왼쪽)과 자일 파트너인 송형근 대원. 연합
“2차 낙석이 거의 90% 발생할 상황이었으나 부상한 동료를 구해 내려오는 것은 산악인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35년 만에 세계 최대, 최고 난이도 거벽인 낭가파르바트(8125m)의 루팔벽 도전에 성공한 ‘한국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원정대’.

출국한 지 94일 만인 14일(현지 시간) 세계 산악사에 남을 쾌거를 달성한 원정대의 등정 과정에서 생사를 건 동료 구출의 뒷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 낭가파르바트 루팔벽 원정대’가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원정대가 부상한 대원을 사투 끝에 구해냈던 뜨거운 우정의 순간이 뒤늦게 전해진 것.

루팔벽 정상 1차 공격을 시도한 지난달 26일 오전 11시경. 공격조인 김미곤(金未坤·33) 송형근(宋泂根·33) 주우평(朱右平·33) 대원 등 4명의 대원이 7550m 지점까지 로프 설치 작업을 마쳤을 때였다. 정상까지는 앞으로 500m 정도. 그때 정상 부근에서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 내려왔다. 다른 대원들은 간신히 피했지만 가장 위에 있던 김 대원이 왼쪽 발등과 오른쪽 어깨에 파편을 맞았다. 발등은 뼈가 부러지고 오른쪽 어깨도 충격으로 마비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김 대원은 “왼쪽 다리와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돼 살아 돌아가기는 틀렸다고 판단했고 2차 낙석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동료를 더욱 위험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몸에 묶인 자일을 끊으려고 칼을 찾았다”며 당시 절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그러나 김 대원의 자일 파트너인 송 대원은 “함께 올라왔으니 함께 내려가야 한다”고 소리치며 김 대원의 행동을 막았고 이때부터 동료를 구하기 위한 대원들의 사투가 시작됐다.

우선 가장 가까운 캠프 4(7150m)로 후퇴해야 했다. 하지만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대원을 끌고 가파른 경사 70도의 얼어붙은 암벽을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김 대원을 자일에 묶어 조금씩 끌어내려 400m를 내려오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캠프 4에 도착한 뒤 다시 안전지대로 후송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캠프 2(6090m)에 있던 2차 공격조인 김주형 박상훈 김창호 대원까지 소식을 듣고 캠프 4로 지원하러 올라왔다. 김 대원은 3일 뒤 캠프 1(5290m)에 도착했고 이후 베이스캠프(3560m)를 거쳐 하산한 뒤 차량으로 인근 도시의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성원(李性遠·45) 원정대장은 “등정보다 동료의 구출이 우선이었다”며 “모든 대원이 무사히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기쁘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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