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음식문화가 숨쉰다…‘동부이촌동’VS‘방배동’

  • 입력 2005년 6월 3일 0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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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르 에 메르
떼르 에 메르
《1990년대 중반 이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레스토랑들은 이국적 음식 문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육중하고 상업적인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이곳에서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개인적이면서도 역사가 있고, 이국적 향취가 있는 곳을 찾아 작고 예쁜 ‘단골’

식당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과 용산구 이촌1동(동부 이촌동)이 그런 곳이다. 1985년 주한프랑스학교가 들어서면서 프랑스인이 모인 방배동과 1970년대 한강외인아파트가 세워진 이후 일본인이 모인 이촌1동은 동네 분위기부터 이국적이다. 고급 빌라들이 많은 방배동에는 렉서스, 깔끔한 아파트촌인 이촌1동에는 폴크스바겐 뉴비틀 승용차가 눈에 자주 띈다. 역사가 오랜 방배동의 비스트로(프랑스 가정식

식당)들과 이촌1동의 일식 주점들은 골목길을 따라 작은 규모로 형성돼 있어 호사스럽지 않되, 고즈넉하고 편안하다. 문화와 운치가 있는 이 골목길을 찾아 동네 주민이 아닌 이들도 일부러 모여든다.》

▼우아한 프랑스 낭만… 정취…▼

프랑스인에게 맛있는 빵은 아침의 선물이다.

오전 7시 문을 여는 방배동 ‘파리 크라상’(02-3478-9415)은 이 동네의 프랑스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를 산책하다가 이곳에 들러 에스프레소 커피와 바게트를 곁들여 식사하는 프랑스인들이 많다. 프랑스인들은 바게트에 잼을 바르지 않고 담백한 맛을 즐긴다. 서울시내 17곳의 파리 크라상 중 이곳만이 프랑스 제빵사를 초빙해 프랑스인이 즐기는 캄파뉴, 바통 시크레 등 수십 종의 프랑스빵을 선보인다.

꽃무늬 벽지에 걸린 앤티크 액자, 흰색 테라스에 걸린 새장 등으로 그림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떼르 에 메르’(02-599-1071)는 지난해 문을 연 프랑스 남부 가정식 비스트로. 16년 경력의 프랑스 요리사 뱅상 아무르 씨가 만드는 타르곤 소스의 닭가슴살 요리, 럼향의 달콤한 시럽에 졸인 바나나 요리는 친구 집에서 받아 든 느낌처럼 정겹다.

방배동은 와인을 즐기는 이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뚜르 뒤 뱅’(02-533-1846) ‘비니 위니’(02-592-9035)에서는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자신이 마신 와인을 기록하거나, 와인의 보디와 밸런스를 시적이고 추상적인 말로 표현하는 애호가들이 많다. 특히 야외 테라스가 있는 비니 위니는 구입한 와인을 테이블로 가져와 마실 수 있어 와인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각종 디자인 문구를 매장 한 쪽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외국 멀티숍 ‘콜레트’와 ‘10 코르소 코모’를 떠올리게 하는 카페 ‘아프레 미디’(02-591-9430), 작은 오븐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맛있는 빵을 직접 구워내는 포근한 베이커리 카페 ‘쁘띠 푸르’(02-593-1421),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한 주인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피렌체 스타일 스테이크와 해산물 샐러드를 내놓는 ‘톰볼라’(02-593-4660), 원두커피 기기에서 갓 뽑아낸 커피향이 가득한 ‘풀 오브 빈스’(02-3482-0777) 등 방배동 골목길 곳곳에서는 프랑스 스타일이 여유롭게 숨쉬고 있다.


▼아기자기 일본 풍경… 향기…▼

로바다야키 음식점

이촌1동이 정갈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은 편도 2차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선 간결한 도시 풍경도 한몫 한다.

이곳의 맛집들은 단층 또는 2층의 나지막한 높이로 아파트에 딸린 상가 내에 있다. 우동 가게, 선술집, 아이스크림 가게, 중국 음식점과 카페까지 5∼6평의 작은 규모여서 아담하고 조용하다.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아도 그 맛과 멋은 담백하고 깊다.

삼익상가 지하에 있는 허름한 외관의 ‘미타니야’(02-797-4060)는 일본인 미타니 마사키 씨가 직접 운영하는 미니 일본음식점으로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메뉴를 고를 필요없이 다 맛있다”고 할 정도이다. 주민들은 물론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단골인 이곳에서는 참치 도미 가리비 연어알 한치 등을 밥 위에 모아 얹은 스페셜동, 참치 낫토, 가키아게 우동, 고로케가 인기다.

저녁에 한가람아파트 인근의 일본식 선술집 ‘아지겐’(02-790-8177)에 들르면 하루 일과를 마친 일본인 샐러리맨들이 찾아와 아사히 생맥주를 마시며 일본 신문을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카레 우동, 차슈멘, 일본 돈가스 등이 맛있다. 다다미 방 구조여서 일본에 와 있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강촌아파트 맞은편에 일렬로 늘어선 ‘국화’(02-797-5251) ‘변경’(02-794-8482) ‘단’(02-795-4700)은 전통이 오랜 로바다야키 음식점. 강남에 비해 노숙하고 점잖으며 가족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변경’의 2층에는 1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 분위기의 방이 있어 친구들 모임에도 좋다.

이밖에 현대아파트 상가의 우동 가게 ‘보천’(02-795-8730),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운 중국 음식점 ‘금홍’(02-796-0995), 낫토와 참깨 드레싱 등 일본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모노 마트’(02-749-7589), 이 동네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 커피빈 동부이촌점(02-792-3677)이 이촌1동의 단아한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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