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올 800억 적자예상 KBS “수신료 인상-중간광고 추진”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KBS 정연주 사장이 1일 오전 KBS 본관 TV 공개홀에서 열린 ‘경영혁신 관련 월례 조회’에 참석해 적자액을 밝혔다. 사진 제공 KBS
KBS 정연주 사장이 1일 오전 KBS 본관 TV 공개홀에서 열린 ‘경영혁신 관련 월례 조회’에 참석해 적자액을 밝혔다. 사진 제공 KBS
KBS가 적자 예상을 이유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후속작을 유보하고 시민모니터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TV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를 추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KBS 정연주 사장은 1일 오전 직원조회를 통해 올해 예산과 직원 임금 삭감, 수신료 인상 추진 등을 골자로 한 ‘경영과 재원구조 혁신안’을 발표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638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800억 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KBS 수입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올해 예산 1조3140억 원 중 비용예산 320억 원과 자본예산 499억 원을 줄일 방침이다. 또 노조와 협의해 전체 예산의 35%를 차지하는 임금도 일정 정도 삭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6∼7월경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 한해 1년간 유급 휴직 후 명예퇴직을 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 명예퇴직금은 공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하고 퇴직자 중 일부는 일정기간 연봉제로 재고용할 방침이다.

KBS는 재원 구조의 혁신을 위해 수신료의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1981년 월 2500원이었던 수신료가 지금까지 오르지 않아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현재 848원 수준”이라며 “수신료가 물가 상승과 연동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또 지상파 TV의 광고 시장이 케이블과 위성 TV에 밀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간광고와 간접광고 도입, 협찬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KBS는 이를 위해 방송위원회에 간접광고를 규제한 ‘방송심의 규정’의 조항 삭제를 요구했다.

이 밖에 KBS 사회교육방송이나 국제방송 등 국책 방송에 국가 보조금을 지급할 것과 방송발전기금 납부의 일시 면제도 주장했다.

그러나 KBS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SBS 등 다른 방송은 흑자를 냈는데도 KBS가 적자를 낸 것은 광고 수입을 지나치게 부풀려 잡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 탓”이라며 “경영진의 잘못으로 생긴 적자 때문에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도입 등은 방송계 안팎의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위 한 관계자는 “간접광고 조항 삭제나 중간광고 도입 등은 방송위 학계 노조 등에서 반대하는 사안인데 자체 혁신안으로 내놓은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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