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 드신다면 어떤 말씀을” 조계종 간화선 법회 열리던 날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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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례되는 질문이지만, 이 법회가 끝나고 만약 스님이 열반에 드신다면 저희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하안거 기간(음력 4월 15일∼7월 15일)에 맞춰 마련한 ‘재가자(在家者) 간화선 공부’의 첫날 법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

재가 신자 150여 명이 경청하는 가운데 고우(경북 봉화군 각화사 선덕·사진) 스님이 두 시간 동안의 법문을 마친 뒤 가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40대 남자 신자가 이같이 무례한(?) 질문을 했다.

고우 스님이 “지금까지 2시간 동안 이야기한 것이 그것입니다. 또 이야기해야 하오?”하고 대답하자 좌중에 폭소가 일었다. 이 신자가 끈질기게 “그래도 한 말씀 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자 스님은 “그렇다면 하겠습니다. 마음이 곧 부처입니다”라고 말했다. 좌중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이에 앞서 고우 스님은 ‘간화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설법하면서 “간화선은 말길과 생각의 길이 끊어진 화두(話頭)를 참구(參究)하여 본래의 성품 자리를 깨닫는 선 수행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고우 스님은 법문 말미에 “자기 마음의 분별망상을 비우는 게 불교의 수행”이라면서 “영원한 행복의 길은 마음의 분별망상을 화두로 다스려 나가면서 남을 위해 보시, 봉사, 수행하는 삶을 살아가면 언젠가 열리게 된다”고 밝혔다.

‘재가자 간화선 공부’는 8월 17일까지 매주 수요일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열리며 고우 스님 외에 원철 화랑 진명 혜국 스님 등이 강사로 나선다. 02-733-7277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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