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새중앙교회, 매년 대전국립묘지 청소봉사

  • 입력 2005년 5월 2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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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새중앙교회 교인들이 22일 대전국립묘지의 묘비를 정성들여 닦고 있다. 이 교회 교인들은 지역사회를 사랑으로 섬기기 위해 3년째 현충일을 앞두고 애국지사 묘역을 청소해 왔다. 사진 제공 대전새중앙교회
대전새중앙교회 교인들이 22일 대전국립묘지의 묘비를 정성들여 닦고 있다. 이 교회 교인들은 지역사회를 사랑으로 섬기기 위해 3년째 현충일을 앞두고 애국지사 묘역을 청소해 왔다. 사진 제공 대전새중앙교회
대전새중앙교회(대전 중구 산성동) 교인들이 해마다 현충일(6월 6일)이 다가오면 대전국립묘지를 찾아 애국지사 묘역의 묘비를 닦고 청소하는 일을 하며 잔잔하게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현충일을 앞두고 3년째 모든 교인이 함께 국립묘지의 묘비를 닦고 있다. 현충일 당일은 추모행사가 있는 데다 찾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1, 2주 전에 미리 국립묘지를 찾는데 이번에는 22일 다녀왔다.

이날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교인 250여 명은 주일예배를 마친 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걸레, 양동이, 수세미 등을 갖고 자동차로 40분 거리의 국립묘지를 찾았다. 애국지사들의 묘비는 먼지가 수북이 쌓이고 비둘기 똥이 덕지덕지 말라붙은 데다 송홧가루까지 엉겨붙어 깨끗이 닦아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교인 2, 3명이 짝을 이뤄 수세미로 문지르고 걸레로 훔치며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1시간가량 했다. 이렇게 해서 600기가량의 묘비를 닦았다.

이민순(중부대 교수·관광학·49) 집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학시절 은사의 비석을 찾았다. 지난해 비석을 닦다가 뜻밖에 대학 1학년 때 생물학을 가르치던 교수의 비석임을 알게 된 것. 그 교수는 일제강점기 평양 인근에서 비밀조직을 만들어 농촌계몽운동을 하다가 1년 6개월간 옥고를 치른 분이었다.

묘비 닦기를 하면서 어른들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고백했고, 아이들은 묘비에 새겨진 애국지사의 기록을 읽으며 생생한 역사공부를 하는 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달을 수 있어 좋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이기혁(52) 담임목사는 “교회가 지역사회나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같은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던 분들에게 조그마한 일이라도 해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지난해부터 인근 보성초등학교의 화장실을 학부모 교인들을 중심으로 청소하는 것을 비롯해 △소방서 파출소 등 공공기관 음식 접대 △등산로와 공원 청소 △독거노인 돕기 등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또 8월에 완공되는 교회 건물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예식장 커피숍 도서관 등이 설치되고, 일요일 예배시설이 주중에는 콘서트 시설로 활용되도록 꾸며진다.

이 목사는 “이웃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이웃을 사랑으로 섬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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