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60년 기념사업 ‘파행의 연속’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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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광복 60년 기념사업이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는 광복 60년을 맞아 범국민적 기념행사를 총괄할 ‘광복 6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2일 출범시켰다.

그러나 공동위원장에 모 여대 총장 출신이 내정됐다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번복되는 파행을 겪은 데 이어 12일에는 국무조정실 산하 광복 60년 추진기획단의 기획전문위원으로 내정된 연출가 김상수(金相秀·사진) 씨가 “광복 60년 기념사업이 비전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김 씨의 비판은 14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인 첫 전체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추진위 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누가 노무현 정부를 고립과 위기로 몰아넣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른 기획전문위원 3명의 경력을 거론하며 “뭔가 전문적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끼리끼리의 익숙한 문화’에 절어 있는, 꼭 정치파벌의 사당적 패거리 같은 인상이 짙다”고 비판했다.

3명의 전문위원은 문화관광부 장관 보좌관, 노무현(盧武鉉) 후보 부산선대위 조직팀장, 한민간예술단체 사무총장 출신. 이들이 전문위원이 된 데는 총리실 모 비서관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이어 “기획단과 관련이 없는 실세 비서관이 막후에서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며 “기획전문위원 3인과 문제의 비서관이 작당해 모 파견부서 서기관을 추진기획단에서 쫓아내겠다는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 기획단 운영에 있어서 대통령 훈령을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는 게 이유였다”고 폭로했다.

이와 함께 기념사업의 메인 슬로건을 기획단이 아닌 총리실 비서관과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만들어 총리에게 보고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

이 카피라이터는 2002년 대선때 ‘노무현의 눈물’ ‘기타치는 노무현’ 등의 광고를 기획한 인사다.

홍윤식(洪允植) 추진기획단장은 이에 “총리 비서실이 사업 기조나 방향, 위원 인선과정이나 기틀을 잡는 데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횡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 씨가 지목한 총리실의 모 비서관은 “김 씨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여러 차례 하기에 거절했더니 불만을 품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광복 60년 기념사업은 운영 경비만 20억 원이 책정될 만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형 사업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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