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재의 수요일’미사 처음으로 집전못해

  • 입력 2005년 2월 1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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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악화로 입원 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가 9일 26년이 넘는 교황 재위기간 중 처음으로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미사를 집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황청 대변인은 “10일 정오(한국시간 10일 오후 8시) 교황의 병세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며 이 보고서가 마지막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퇴원 임박을 시사했다. 9일 오전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은 교황의 병문안을 다녀온 후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고 밝혔다.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재의 수요일’ 미사는 교황을 대리해 제임스 스태퍼드 추기경이 집전했다.

‘재의 수요일’은 부활절 전 40일간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고 참회하는 기간인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로 이날 미사 중에 참회의 상징으로 나무를 태운 재를 머리에 얹는 의식을 행하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한편 교황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이 교황의 퇴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교황이 퇴위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결정은 순전히 교황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영국 더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그는 이어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교황의 최고 대리인이자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가톨릭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황청 최고위 성직자가 퇴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교황은 종신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앞서 교황청의 마리오 프란체스코 폼페다 추기경은 8일 교황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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