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춘문예]단편소설부문 심사평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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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본선 심사를 하고 있는 김윤식 교수(왼쪽)와 소설가 복거일 씨.
단편소설 본선 심사를 하고 있는 김윤식 교수(왼쪽)와 소설가 복거일 씨.
본선에 오른 아홉 작품들 중 여섯 편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기수의 조건’은 경마장의 모습을 잘 그려서 뛰어난 현실감을 얻었다. 아쉽게도, 이야기의 여러 가닥들이 끝내 하나의 실로 엮이지 않았다. ‘붉은 색을 먹다’는 세상의 붉은 색을 빨아들이는 사람에 관한 우화인데, 착상도 신선하고 전언도 뚜렷하다. 그러나 세상의 붉은 색이 모두 한 사람에게로 빨려 들어간다는 상황이 그럴 듯하게 여겨지는 마법적 공간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독백의 사용법’은 이 세상을 살아 나가기 힘든 조건을 지닌 청년의 비극을 다루었다. 주인공에게 다가오는 세상의 부조리를 잘 그렸지만, 뚜렷한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응급실이 있는 카페’는 소녀들이 여인들로 자라나는 모습을 잘 그렸다. 아쉽게도, 끝 부분이 너무 갑작스럽고 앞쪽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첫 단락도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 터이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과 ‘가위’는 둘 다 ‘소중한 것을 잃은 충격에 사이가 멀어진 부부가 화해하는 이야기’가 주제다. 모두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은 부부가 화해까지 이르는 데 따른 준비가 좀 부족하게 그려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미용사의 일하는 모습과 심리를 차분히 그린 ‘가위’는 흠 잡을 데가 없는 작품이다. 특히 끝맺음이 뛰어난데, 아내가 새로 산 가위로 남편의 머리를 깎아주는 장면은 자연스럽고 감동적이다. 작품의 중요한 요소들이 융합되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룬다.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문학평론가

복거일 소설가

(예심=심상대 조경란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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