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25만달러 주고 산 크리스마스用 가족

  • 입력 2004년 12월 2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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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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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가족들이 모이는 때이고…그리고 통계에 따르면 그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걸 견딜 수 없어 미국인의 절반이 술을 퍼마시는 때입니다.”

젊은 나이에 광고회사 경영인으로 자수성가한 싱글남 드루(벤 애플렉)가 광고주 대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침을 튀기며 역설하는 바다. 왜 아니겠는가. 명절이면 만나서 반갑고, 헤어질 땐 헤어져서 더욱 시원섭섭한 가족들…. 문제는 드루에게 이 흔하디흔한 가족이 없다는 거다. 애인이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며 드루가 내민 휴가지행 1등석 비행기표를 던지고 떠난 순간부터 드루는 패닉 상태가 된다. 정신과 의사에게 애걸복걸해 받아낸 처방은 “어린 시절 살던 집으로 가서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을 적어 태워버리라”는 것. 옛집을 찾아 우울증 퇴치의식을 벌이려던 드루는 방화범으로 오인돼 집주인 발코의 삽에 맞아 정신을 잃는데…. 깨어난 드루는 발코 가족을 둘러보다가 그들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던진다.

“사례비 25만 달러, 요구사항은 크리스마스 휴가 마지막 날까지 내 가족이 되어 행복한 추억을 복원해 줄 것.”

드림웍스가 애플렉을 기용해 내놓은 2004년 성탄절 상품,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가족 해체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라 하기엔 깊은 맛의 해학이 부족하고, 가족애를 다룬 훈훈한 코미디라 하기엔 지나치게 ‘괴상야릇하다’.

요란법석 트리를 만들고, 캐럴을 부르며, 가족들이 손잡고 기도한 뒤 “엄마 이 음식들 정말 감사해요” “고맙다 아들아”하고 각자 부여받은 대사를 주고받는 저녁식사까지 드루의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는 큐시트대로 착착 진행되지만, 그럴수록 이미 절단 난 발코 가족의 속내만 더 드러난다.

백두장사급 덩치에 뚱한 표정이다가도 드루가 돈 얘기만 꺼내면 “잘 돌아왔다, 아들아”라며 덥석 껴안는 발코 역의 제임스 갠돌피니, 이혼을 결심한 불만투성이의 발코 아내 캐서린 오하라(‘나홀로 집에’의 그 엄마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드루의 캐릭터 때문일까. 애플렉의 연기가 오히려 혼자 흥분해서 잔치 흥 깨는 사회자처럼 초지일관 ‘오버’한다. 분명한 사실은 그도 이제 가족용 성탄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될 만큼 두루뭉술 늙어가고 있다는 것…. 2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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