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주말시대]팔라우… 태초 비경 간직한 ‘해상 낙원’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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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이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에 처음 알려진 이듬해인 1493년. 신대륙 발견은 당시 교황 알렉산더6세(1442∼1503)에게 큰 걱정거리를 가져다주었다. 양 대국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펼칠 전쟁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지구의를 가져와 신대륙에 남북으로 선을 그은 뒤 선언한다. ‘하느님의 권위를 대신하여 동편은 포르투갈에, 서편은 스페인에 위탁하노라’.

이 선에 따라 브라질 서쪽과 태평양에서 발견된 섬은 모두 스페인 영토가 된다. 멀리 태평양을 건너 캐롤라인제도 서쪽 끝 5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팔라우(마이크로네시아) 역시 이 칙령에 따라 영문도 모른 채 스페인 영토로 편입된다. 그리고 1994년 미국으로부터 독립할 때까지 파란만장한 역사를 쓰게 된다.

○ 버섯송이처럼 볼록 솟아오른 섬-섬-섬…

여러 개의 섬(이 중 유인도는 8개뿐)에 인구라고는 2만 명뿐인 팔라우는 지구상 어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완벽한 자연생태 관광지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아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록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바다와 섬. 마치 정원석처럼 잘 다듬어진 바위섬들로 이뤄진 이 바다는 겉보다 그 속이 더 멋지다. 사진제공 하나투어

팔라우의 섬과 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준 것은 먼 바다에 형성된 초대형의 보초(수면 위로 웃자란 산호 숲이 바다 위로 긴 둑을 형성한 것). 이 산호 띠가 방파제처럼 팔라우 해역을 둘러싸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섬과 주변의 바다는 늘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 덕분에 보초와 섬 사이의 얕은 바다에는 산호가 발달했다. 팔라우 라군(보초나 환초로 둘러싸인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이 지구 최고의 비경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여행지는 ‘록 아일랜드’. 본 섬에서 쾌속보트로 30분∼2시간 거리에 있는 ‘바위섬들의 집합’이다. 온통 석회암 덩어리의 섬들이 무려 35km나 늘어서 있다. 섬은 저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바닷물에 침식되고 용해돼 물 닿는 부분은 깎이고 그 위에는 초록빛 숲으로 뒤덮인 바위가 산처럼 볼록 솟아 있어 멀리서 보면 버섯송이를 연상시킨다.

앙증맞은 모습의 초록 섬이 코발트블루 빛깔의 바다 수면을 장식한 모습이란 마치 정원석으로 장식한 정원이나 수석을 펼쳐놓은 수반 같다.

○ 산호 숲 바다엔 1.8m 초대형 조개

록 아일랜드는 보트를 타고 투어 한다. 사람들은 야자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무인도의 새하얀 산호가루 비치에 상륙해 그늘에 누워 바닷바람을 쐬며 맥주를 홀짝이는 호사를 누린다. 해변의 바비큐 파티도 좋지만 형형색색 열대어가 노니는 산호바다를 감상하는 호사스러운 스노클링은 여행의 기본 일정이다.

해파리와 함께 유영을 즐기는 ‘마린레이크’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섬 안 호수를 온통 점령한 베이지색 조그만 해파리 무리와 함께 헤엄쳐 다니는 것은 평생의 자랑거리로 삼을 만하다.

또 있다. ‘클램시티(Clam City·조개도시라는 뜻)’라고 불리는 외딴 섬의 산호 수중 스노클링이다. 섬 주변의 수심 5∼8m 바닥에는 너비가 90cm에서부터 1.8m나 되는 초대형 조개인 ‘자이언트 클램’이 수십 년간 이동하지 않고 있느라 조개껍질은 두꺼운 초록빛 이끼로 뒤덮여 있다. 입을 반쯤 벌리고 숨 쉬는 조개를 감상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득하게 된다.

산호섬의 바다 밑바닥에 침전된 진흙을 퍼와 온몸에 바른 뒤 햇볕에 말리는 천연 산호머드팩 체험도 큰 즐거움이다. 이 회백색의 개흙은 수만 년 동안 가루로 변한 산호의 침전물로 현지 가이드가 다이빙해 물밑의 바닥에 퍼온다. 물론 무료. 섬 주변 바다는 진흙 덕분에 우유를 탄 것처럼 뽀얀 하늘색의 에메랄드 빛깔을 띤다.

전 세계 다이버들이 찾는 심해 다이빙 포인트도 가볼 만하다. 가장 이름난 곳은 블루코너, 블루홀, 뉴드롭 등.

○ 여행정보

▽찾아가기=전세기 직항 편으로 4시간 30분 소요. 괌, 사이판처럼 밤(오후 9시 50분)에 출국하고 아침(오전 8시 55분)에 귀국하는 일정이다. 출발은 주 2회(수, 토요일)

▽리조트=팔라우 퍼시픽 리조트 등.

아시아나항공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 중. 기한은 내년 2월 9일까지. 전세기 패키지는 △4박 5일(수요일 출발)과 △5박 6일(토요일 출발) 두 가지 일정이며 가격은 숙소에 따라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 159만∼179만 원 △팔라시아호텔 139만∼159만 원 △아이라이뷰 호텔 99만원(자유여행). 하나투어리스트(www.hanatour.co.kr) 1577-1212

팔라우=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일제징용 현장… 한국인 80명 상주▼

머나먼 북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가 한국과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모진 인연이 거대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반세기나 이어져왔다. 우리 귀에 익은 태평양전쟁 당시 ‘남양군도’라 불린 섬이 바로 이 팔라우다. 그 섬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당한 수많은 한국인이 고초를 겪었던 현대사의 현장이다.

그 흔적은 지금도 뚜렷하다. 징용 한국인이 건설한 섬과 섬을 잇는 다리 ‘아이고 브리지’가 그것. 매일 밤 징용 한국인의 숙소에서 ‘아이고’라는 신음 소리가 들려와 이렇게 불리게 됐다니 당시 고초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실제로 이 섬에서는 이 다리를 지금도 이렇게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 섬에서 최근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한 여성 탤런트가 ‘정신대’를 주제로 한 누드사진집을 여기서 촬영했던 것이다. 이 사진은 공개 직전 사방에서 쏟아진 비난 때문에 공개가 중단되었다. ‘정신대’라는 누드의 주제도 문제였지만 이런 한 많은 곡절의 섬이라는 사실 역시 문제였다.

이런 인연으로 맺어진 한국과 팔라우. 그 덕분일까. 인구 2만 명의 섬에는 한국인이 예상외로 많다. 상주하는 사람들이 무려 80여 명이나 된다. 상당수는 새 수도 건설 사업의 하나로 벌이는 국가 도로망 구축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의 현장 근로자들이다. 수도인 코로르섬에 한국식당이 두 개나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곳에는 건설회사와 대형슈퍼마켓 등을 거느린 한파그룹이라는 한국기업도 있다. KBS 미니 다큐시리즈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된 ‘팔라우 미스터 김’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이 섬에 정착한 한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팔라우=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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