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 다비식… 500여 서양인 수행자등 1만명 참석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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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 열린 숭산 스님 다비식에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사진 위)과 세계 각지 선원에서 선 수행을 하고 있는 외국인 수행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다비식에는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예산=연합
4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에서 열린 숭산 스님 다비식에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사진 위)과 세계 각지 선원에서 선 수행을 하고 있는 외국인 수행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다비식에는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예산=연합
한여름 비 같은 굵은 빗줄기가 내린 4일 오전 10시 반. 안개 가득한 충남 예산군 덕숭산 수덕사에 다섯 번의 종소리가 울린 뒤 지난달 30일 입적한 불교 조계종 원로의원 숭산(崇山) 스님 영결식이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시작됐다.

행사장 곳곳에는 ‘Funeral Ceremony for Chogye Order Elder, Great Soen Master Seung Sahn Haeng Won(조계종 원로의원 숭산 행원 대종사 영결식)’이라고 쓴 영어 플래카드와 영어 만장(輓章) 등이 눈에 띄어 세계 포교에 앞장 선 큰스님의 이력을 보여 줬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가르침을 따라 고향과 가족을 떠나 출가수행하고 있는 서양인 스님 50여 명. 미국 예일대 출신의 무상(미국 로스앤젤레스 홍법원 주지) 무량 스님(로스앤젤레스 태고사 주지), 펜실베이니아 유대인 가정 출신 대봉 스님(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조실), 하버드대 출신 현각 스님(화계사 국제선원장), 보스턴대 출신 무심 스님, 코넬대 출신 명행 스님 등 고인을 통해 진리의 길을 찾아 출가한 지식인 스님들의 모습은 서양 정신사에 뿌리 내린 한국 불교의 실체로 다가와 주목받았다. 이 밖에 영국 프랑스 캐나다 폴란드 헝가리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500여 명의 서양인 수행자들이 몰렸다. 이들은 비록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평소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교수 회사원 사업가 등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현지 한국 불교 선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고인의 생애 소개와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의 영결사 등 불자(佛子)가 아니면 한국인도 알아듣기 힘든 불교 용어가 이어지는 행사장을 내내 지키며 스승을 추도했다. 미리 녹음된 스승의 육성 법문이 흘러나올 때와 마지막 헌화 시간에는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무려 1만여 명이 몰렸다.

영결식 후 낮 12시 반 스님의 법구(法軀·시신)는 700여 m 떨어진 연화대 다비식장으로 옮겨졌다. 연화대의 붉은 불꽃과 푸른 연기가 겨울비, 안개 가득한 덕숭산에 ‘나무아미타불’ 염불소리와 함께 스며들었다.

이날 불가의 전통의식인 사리 수습은 생전 고인의 뜻과 수덕사 전통에 따라 하지 않았다.

예산=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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