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라이트]뉴라이트의 사상적 수원지 자유주의<中>한계와 과제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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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지구적 확산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행렬.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도전을 이겨냈지만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확산, 공동체적 가치 훼손 등의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확산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행렬.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도전을 이겨냈지만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확산, 공동체적 가치 훼손 등의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자유주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사상이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수많은 비판과 도전에 직면했다. 때로는 이를 정면으로 돌파했고 때로는 우회해 왔다.

사회주의로부터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무관심으로 부르주아계급의 이익에 봉사하는 계급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나치즘과 파시즘으로부터는 “개인 중심의 원자론적 세계관으로 사회분열을 조성하는 부도덕한 사상”으로 공격받았다. 러시아혁명과 제2차 세계대전은 이러한 도전이 물리적으로 현실화한 것이었다.

● 자유주의의 한계: 빈곤, 독점, 불평등

자유주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세기만 해도 대립적 관계에 놓였던 보수주의와 결탁했다. 근대 보수주의는 계몽사상과 프랑스혁명에 대항한 사상인 만큼 자유주의의 가장 강력한 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자유주의가 쟁취한 질서를 현존질서로 수용하면서 이를 지켜내기 위해 사회주의와 국가주의의 도전에 보수주의와 공동보조를 취하게 된 것이다.

보수주의와 연대한 자유주의는 2차 대전을 통해 국가주의적 도전을 물리쳤고, 또 기나긴 냉전을 거쳐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지켜봤다. 그러나 자유주의 비판사상의 몰락이 곧 자유주의의 한계의 극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자유주의가 여전히 빈곤, 독점,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김비환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 외에도 공동선의 붕괴, 공동체에 대한 폄훼와 소외, 연대와 유대의 파괴 등의 문제는 자유주의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 문제는 경제적 자유주의?

이에 관해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통찰은 음미할 만하다. 이 교수는 자유주의 사상을 크게 정치적 자유주의, 경제적 자유주의, 윤리적 자유주의로 귀결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사상과 비판의 자유, 인권 존중, 관용,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등을 말한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시장에 생산만 맡길 것인지 분배의 역할까지 맡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윤리적 자유주의는 롤스가 ‘포괄적 자유주의’라고 부른 것으로, 개인의 윤리적 판단에 자율성(자유의지)과 개인성의 가치를 가장 중시하는 가치관을 말한다.

이 교수는 정치적 자유주의는 수많은 자유주의 사상이 공통의 원칙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윤리적 자유주의는 결국 개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는 점에서 결국 경제적 자유주의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 산적한 과제들

수많은 자유주의의 분파는 결국 분배의 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현재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경제적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신자유주의로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국가의 개입’이 ‘시장의 실패’보다 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는 신자유주의의 냉철한 비판을 넘어서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윤리적 자유주의 역시 개인의 선택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이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책 ‘메이드 인 USA’에서 자유주의 대 보수주의가 미국의 정치현실을 반분하고 있다고 지적했듯이, 윤리적 가치판단은 현실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정치적 자유주의의 확립이 시급하다는 게 학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 견해와 다르다고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개인적 인권을 집단논리로 억압하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혼동하고 있는 현실부터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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