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JAPAN!]삿포로시/불빛 물든 눈 조각 ‘동화의 나라‘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6시 24분


11월부터 삿포로 유키 마쓰리가 열리기 전인 1월까지 시내 중심가를 전등장식으로 밝히는 또 하나의 명물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사진은 오도리공원.-동아일보 자료사진
11월부터 삿포로 유키 마쓰리가 열리기 전인 1월까지 시내 중심가를 전등장식으로 밝히는 또 하나의 명물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사진은 오도리공원.-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겨울의 홋카이도는 하늘에서부터 여행자를 설레게 한다. 삼척과 포항 사이 동해안을 뒤로한 채 내내 바다 위를 날던 항공기 아래로 온통 눈에 덮여 하얗게 변한 홋카이도가 보일 즈음. 새하얀 설원과 짙푸른 대양의 충돌적 만남으로 태어난 한 줄의 긴장된 해안선은 지루했던 2시간40분의 비행 중에 몰려온 나른함을 단박에 몰아낼 만큼 상큼하게 다가온다. 이윽고 하얀 대지를 향해 항공기가 기수를 낮추면 홋카이도도 화답하듯 눈 덮인 땅을 더욱 확연하게 드러낸다.》

나와 홋카이도의 첫 만남은 15년 전인 1989년 6월에 이뤄졌다. 삿포로에 처음 취항하는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서였다. 당시 공항터미널은 현재의 신치토세 공항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옹색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일본인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모습이다. 이후 최소한 열 번은 오갔을 이 삿포로. 홋카이도 곳곳을 취재할 때마다 들르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곳이다.

그 이유가 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렇다. ‘눈’이다. 지구온난화로 갈수록 눈 보기가 어려워지는 한반도에서 나처럼 눈 갈증 심한 이에게는 이 삿포로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별천지가 아닐 수 없다.

또 있다. 음식과 술이다. 다리 긴 대게, 털 숭숭 난 털게,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무시무시한 모습의 킹 크랩 등 향긋한 게는 삿포로 여행의 별미다. 또 드라이한 일본 맥주의 원조 격인 삿포로맥주의 고향이기도 해 삿포로 여행은 즐겁기만 하다.

삿포로의 명물 유키 마쓰리에 선뵌 한국의 광화문 눈건축 조각상. 시내 중심가의 오도리공원에 전시됐다. -조성하기자

19세기 말 세운 빨간 벽돌의 삿포로 맥주공장은 식당으로 바뀌어 바로 옆 공장에서 막 생산된 신선한 맥주를 파이프로 제공한다. 제한시간(1시간40분) 동안 양고기와 맥주를 마음껏 포식할 수 있는 이곳 뷔페는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식도락 명소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도 반드시 맛보자. 건조한 홋카이도 초원에서 건강하게 자란 소에게서 짠 신선한 우유로 만들어 맛이 기막히다. 홋카이도 유제품은 유럽 제품에 못지않을 만큼 품질이 좋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마지막, 삿포로 라면. 눈 내리는 겨울 밤, 삿포로 중심의 유흥가 스스키노의 술집을 배회하던 주객들이 배가 출출해지면 찾아가는 라면골목. 좁은 골목길에서 한참이나 줄을 서고 나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 식당의 라면 맛은 삿포로와 함께 내내 기억된다. 거리의 라면집 포장을 들추고 선 채로 시린 종아리를 비비며 차가운 청주 한 잔과 함께 훌훌 불어가며 먹는 뜨거운 삿포로 라면의 풍미도 또한 일품이고.

올겨울 눈 내리는 푸근한 겨울 풍경을 보고 싶다면 삿포로를 찾아보자.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겨울을 그곳에서 만나게 될 테니.

○삿포로의 눈 축제 유키 마쓰리

삿포로맥주 옛 공장을 개조한 삿포로비어가든의 뷔페식당. 1시간40분 동안 막 생산된 신선한 생맥주와 불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삿포로의 명물이다.-조성하기자

내년 55회를 맞는 축제는 2월 7∼13일 열린다. 장소는 삿포로시 중심의 오도리공원과 마코마나이 자위대 연병장(도심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 나카지마 등 세 곳. 중심의 유흥가 스스키노에서는 얼음축제가 함께 열린다.

19세기 후반 홋카이도 개발을 시작할 당시 개발청을 두었던 삿포로는 외국인 기술자에 의해 외국과 같은 개념의 도시계획에 따라 개발됐다. 그래서 도로는 바둑판처럼 정비돼 있고 곳곳에 공원이 조성됐다. 오도리 공원은 중심가의 공원이다. 동서로 뻗은 도심대로의 한중간에 마련된 길이 1.5km의 이 녹지공간은 도시를 남북으로 나눈다. 라일락꽃 향기가 진동하는 봄과 여름에 공원은 비어 가든으로 변하고 눈 내리는 한겨울에는 유키 마쓰리의 축제장이 되어 거대한 눈 조각상과 눈 건축 전시장으로 변한다.

이 축제가 시작된 것은 1950년. 패전 후 시름에 잠긴 시민들이 길고 혹독한 홋카이도의 음침한 겨울을 이겨낼 방법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후 축제는 매년 2월 초에 1주일간 열리는데 점점 더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요즘은 축제 방문객이 200만명을 넘어설 정도다. 축제기간에 삿포로의 호텔 객실은 모두 동나고 도심도 자동차 물결로 길이 막힐 정도다.

유키 마쓰리의 볼거리는 상상을 초월한 규모의 초대형 눈 조각과 눈 건축, 그리고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다양한 캐릭터의 눈 조각들. 대만의 고궁박물관, 한국의 광화문, 오스트리아의 궁전 등 초대형 눈 건축물이 화려한 조명 아래서 빛을 발하는 겨울밤의 오도리공원 산책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스스키노 거리의 얼음 축제도 볼 만하다. 술집과 식당이 즐비한 스스키노의 길 한가운데에 각 식당과 기업이 제각각 아이디어를 내어 만든 기상천외한 얼음조각이 일렬로 줄지어 들어선다. 유키 마쓰리는 어느 곳이든 입장료가 없다.

○ 화이트 일루미네이션(White Illumination)=매년 11월부터 유키 마쓰리가 열리기 전까지 오도리공원을 비롯한 삿포로 시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조명 장식의 ‘빛의 예술’ 축제. 1981년 시작해 올해 24회째다.

오도리공원의 조명은 삿포로 시내를 동서로 장식하고 삿포로역과 스스키노를 잇는 조명은 남북으로 장식한다. 시작 당시에는 전구 100개로 소박했지만 올해는 장식 전구가 37만여개나 됐다. 갈수록 규모가 확대되고 화려함도 더해진다. 이 이벤트는 독일의 대표적인 맥주도시 뮌헨(맥주가 유명)과 맺은 자매결연 3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것으로 행사기간에는 ‘뮌헨 크리스마스 시’도 열린다. 이곳에는 뮌헨에서 매년 이맘때 펼치는 크리스마스시장을 만들어 두어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삿포로로 떠나는 스키여행

눈 천국 홋카이도는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스키천국. 스키장은 삿포로 역에서 한 시간 거리에도 많은데 가장 권할 만한 곳은 삿포로 고쿠사이 스키장이다. 조잔케이 온천으로 가는 도중에 있다. 올해는 11월 13일에 개장했다. 시즌은 내년 5월 5일까지. 주말과 공휴일, 12월 29일∼1월 3일에는 야간스키장(오후 4∼7시)도 운영한다.

삿포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 삿포로

▽관광가이드(한글)=www.welcome.city.sapporo.jp 현지전화 011-211-2376 ▽한국여행자 콜 센터=현지전화 011-222-2321. 한국어 안내 직원 상주. 오전 8시∼오후 8시. ▽한일우정의 해 이벤트=내년 가을에 삿포로 교향악단의 서울 대전 공연 준비 중.

○ 삿포로 고쿠사이 스키장(일본어)=www.sapporo-kokusai.co.jp 011-598-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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