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하모니카 연주 전제덕씨 “앞은 못 보지만 열정으로…”

  • 입력 2004년 11월 9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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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첫 음반을 낸 전제덕씨는 때로 화려하고 때로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는 재즈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권주훈기자
지난달 첫 음반을 낸 전제덕씨는 때로 화려하고 때로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는 재즈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권주훈기자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全濟德·30)씨가 지난달 말 자신의 첫 연주 음반을 냈다. 국내에서 재즈 하모니카 연주 음반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독집에서 그는 흔히 듣던 하모니카 연주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독특하고 화려한 연주 솜씨를 선보인다.

사실 그는 이미 ‘이 바닥’에서 꽤 잘 알려진 연주자다. 김광민, 말로, 이적, 토이, 조성모, 박상민 등 알만한 가수들의 음반에 세션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태어난 지 15일 만에 열병을 앓아 시력을 잃었다. 그래서 그의 작업 앞에는 흔히 ‘장애를 딛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그가 처한 이런 상황이 오히려 그의 음악성을 가리는 선입견이 된다는 것이 대중음악계의 평가다. 그는 8년 전, 20대 초반에 처음 하모니카를 잡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명인’ 대접을 받을 만큼 빠른 성취를 이뤄냈다.

“악보도 못 보면서 음반이라니. 저라도 신기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음반이 나오면 팬들의 시각도 달라질 겁니다.”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하지만 지금까지 쏟은 노력을 들여다보면 하모니카에 대한 그의 열정을 알 수 있다. 사물놀이를 하던 그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투츠 틸레만스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이 작은 악기의 매력에 빠졌다. 스승도 없이 틸레만스의 CD 음반을 듣고, 또 들으며 ‘독학’으로 주법을 익혀갔다.

“몇 천 번은 반복해서 들었을 겁니다. 너무 자주 들어서 CD가 손상될 정도였어요. 듣다보니 깨달음이 있더군요.”

이렇게 ‘득도하듯’ 하나씩 하모니카에 대해 깨달아간 그는 사물놀이의 막간 공연으로 하모니카 연주를 해 점차 실력을 알렸다. 이번 음반에서 그는 자작곡을 4곡이나 넣고 노래도 직접 부르는 등 다양한 재능을 발휘했다.

“장애가 없었다면 조금 더 편하게 음악을 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제게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주위의 격려가 있었습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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