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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28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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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차를 따를 때 잔의 10분의 7만 채우고 나머지는 정으로 채운다는 뜻.
차는 깊은 맛뿐 아니라 함께 마시는 사람들간에 따뜻한 정이 있어 더 좋다.
깊어가는 가을날,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중국차 한 잔을 함께해 보자.
중국차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녹차에서부터 우롱차, 홍차까지 매우 다양하다.
국내 1호 ‘티 소믈리에’인 롯데호텔서울 중식당 ‘도림’의 성은영씨가 가을에 어울리는 중국차를 소개했다.》
○ 중국차 3선
중국차는 찻잎의 가공 방법에 따라 녹차 홍차 흑차 황차 백차 우롱차 등 ‘6대 다류’로 나뉜다. 녹차가 찻잎을 거의 발효시키지 않은 생잎에 가장 가까운 차이고, 홍차는 완전 발효차다. 발효정도에 따라 찻잎이나 우려낸 찻물의 색깔이 다르다.
30여 가지의 차를 다루는 도림에서 요즘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차는 흑차의 한 종류인 보이차(普珥茶), 우롱차 중 철관음(鐵觀音), 녹차 가운데 서호용정(西湖龍井)이다.
요즘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주목받는 보이차는 찻잎을 딴 뒤 덥고 습한 곳에서 발효시켜 만든 차. 흙냄새, 짚냄새가 난다.
숙취에 좋고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탕수육이나 튀긴 딤섬 등 소스가 강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었을 때 마시면 좋다. 대개 차는 공복에 마시면 좋지 않지만 보이차는 공복에 마셔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순하다.
철관음은 찻잎을 체에 놓고 여러 번 흔들어 발효시킨 차로 녹차와 맛이 비슷하면서도 약간 달고 상큼한 과일향이 돌아 여성들에게 인기 있다.
서호용정은 초록의 차빛과 은은한 향으로 ‘녹색의 황후’라 불리는 차. 맑고 구수한 맛이 냉채류와 잘 어울린다.
○ 제대로 우려내기
보통은 발효가 많이 된 차일수록 물을 뜨겁게 하지만 찻잎의 품종과 가공과정에 따라 또 달라지므로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보이차나 철관음의 경우 90도 이상의 물에 뜨겁게 마셔야 하므로 제대로 즐기려면 붉은색 작은 주전자 ‘자사호(紫沙壺)’가 필요하다. 흙으로 만들어 보온성이 좋기 때문이다.
먼저 자사호에 뜨거운 물을 붓고 이 물을 찻잔에 부어 잔을 데운다. 빈 자사호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가득 붓는다. 찻잎의 먼지를 씻어주는 것. 찻잎을 씻은 물도 찻잔에 부었다가 다음 차를 담을 때 비운다.
자사호에 팔팔 끓인 물을 가득 채운다. 이때 찻주전자(탕관)를 낮은 곳에서 시작해 30cm 이상 높이로 올리면서 물을 붓고 충분히 우려내 마신다.
한편 녹차는 80도 정도의 물에서 가장 맛있다. 한 번 끓인 물을 별도의 그릇에 덜어 잠시 식힌 뒤 사용한다. 차를 마시기 전에 찻잔을 데워주는 것은 기본.
뚜껑이 있는 중국식 찻잔(개완)에 찻잎을 넣은 뒤 찻주전자를 높이 들고 아주 적은 양의 물을 빙글빙글 돌리며 천천히 따라 잎을 적셔준다. 그다음에 찻주전자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연달아 세 번 올려주면서 물을 70% 정도 채운다. 이를 봉황이 절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해서 봉황삼점두(鳳凰三點頭)법이라 부른다.
이런 기교를 쓰면 차 맛이 달라질까. 중국다예연구가 김영숙씨는 “차를 우리는 기교는 예술인 동시에 차 맛을 가장 좋게 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 집에서도 맛있게
중국차는 인사동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살 수 있다. 보이차 등 발효된 차는 오래 묵은 것일수록 좋은 차. 50∼60년 된 차들은 수십만 원에 팔리기도 한다. 보통 100g에 3만∼5만원 정도면 일반 가정에서 마시기에 적당하다.
또 찻잔이나 주전자는 있는 것을 쓰더라도 자사호 정도는 구입하는 것이 좋다. 3만∼4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반면 녹차는 그해에 만들어진 차가 가장 맛있다. 어린 찻잎을 사용해 윤기가 있고 신선한 녹차가 최상품이다.
녹차를 집에서 마실 때 흔히 망이 달린 다관(茶罐)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낸 뒤 찻잔에 덜어내는데 이는 한국식이다. 뚜껑이 있는 찻잔에 직접 잎을 넣어서 우려낸 뒤 찻잔 뚜껑으로 찻잎을 밀어가며 마시는 것이 중국식이다.
녹차 티백을 사용할 때는 티백을 20초 정도 넣었다가 빼는 것이 가장 무난하게 맛있다. 또 먹고 싶으면 다시 티백을 넣고 물을 부어야 한다. 티백을 너무 오래 넣거나 넣은 채로 마시면 맛이 쓰고 떫어진다.
▼“최상의 차맛을 우려내죠”…‘티 소믈리에’ 성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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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소믈리에’는 국내에서는 롯데호텔서울 중식당 도림이 가장 먼저 도입한 개념이다. 레스토랑에서 와인 구매에서 저장, 감별, 서빙까지 와인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좋은 찻잎을 선택하고 최상의 차 맛을 우려내 서빙하는 차 전문가를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차박사(茶博士) 또는 다예사(茶禮師)라고 해서 일반화돼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극소수 최고급 중식당에서만 두고 있는 특수직종이다.
성은영씨는 도림 근무 중 작년 3월부터 티 소믈리에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주된 업무는 전용카터를 가지고 고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차를 추천하고 화려한 기교로 맛좋은 차를 만들어 주는 것.
보통 ‘차를 서빙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울까’ 생각하기 쉽지만 집에서 차를 마시는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차를 우리는 순서와 방법, 동작 등은 물론, 고객에게 다가가는 걸음걸이, 인사법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도 중국차를 배우고 있다는 성씨는 “중국차의 세계는 끝이 없다”면서 “보통 티 소믈리에가 되려면 최소한 2년은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시험을 통해 다예사 자격증을 주는데 일부 국내 사설학원에서는 이를 대비한 중국차 강습도 실시하고 있다.
글=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사진=강병기기자 arch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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