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영화화 ‘피아니스트’는 여선생과 제자의 파국적 사랑

  • 입력 2004년 10월 7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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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2001년 영화화한 ‘피아니스트’는 그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과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 영화는 어머니의 억압 아래 뒤틀린 성적 욕망을 갖게 된 피아노 여선생 에리카(이자벨 위페르)와 그를 사랑하는 남자 제자 클레메(베노이트 마기멜)의 어긋난 사랑을 그렸다. 마흔 살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에리카는 놀라운 피아노 연주능력을 갖춘 젊은 제자 클레메에게 반한다. 클레메 역시 에리카의 피아노 솜씨와 순수함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에리카는 피아니스트로 성공하기 위해 어머니의 혹독한 감시 아래 일체의 다른 욕망을 억누르면서 자랐기 때문에 사랑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여자로 변해 있었다. 에리카는 자신의 몸을 자해하거나 젊은 제자에게 피학적 사랑을 요구하는 뒤틀린 방식으로만 사랑의 절정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제자는 그런 그의 모습에 점차 환멸을 느끼게 되고, 아름다운 선율 속에 시작된 사랑은 비극적 파국으로 치닫는다.

전작 ‘퍼니게임’을 통해 폭력영화가 얼마나 관객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하네케 감독은 ‘피아니스트’를 통해서는 현대인의 사랑지상주의의 허구성을 드러내 충격을 줬다는 평을 받았다. 남녀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와 베노이트 마기멜은 섬세한 고난도의 피아노 연주와 이와 대조적인 변태적 욕망의 비극적 이중주를 탁월하게 연기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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