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개 눈’이 지켜본다… 강남, CCTV 관제센터 24시간 가동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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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강남지역의 범죄 예방을 위해 강남구 역삼동에 설치된 강남CCTV 관제센터에서 경찰관들이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24일 서울 강남지역의 범죄 예방을 위해 강남구 역삼동에 설치된 강남CCTV 관제센터에서 경찰관들이 시스템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역삼동 7번 카메라 비상벨 작동. 여성이 납치됐다! 카메라 줌인(zoom-in). 용의 차량 번호판 판독하라. 투망검색 실시하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길을 가던 여성이 괴한에 의해 승용차로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강남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에서 CCTV에 의해 전송되는 화면을 살펴보던 경찰과 모니터링 요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들은 컴퓨터와 50인치 대형 화면 16대로 시시각각 사건 현장을 체크하며 무선과 핫라인을 통해 인근의 경찰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용의 차량의 번호는 무인카메라 줌인을 통해 즉각 확인됐다.

범행 차량은 역삼동 7번 카메라 검색구역을 지나 8∼10번 카메라에 잇따라 찍혔다. 그리고 인근 논현동 8번 카메라 검색지역을 검문검색하던 경찰들에게 발견됐다. 납치된 여성은 피랍 5분 만에 구출됐다.

이 상황은 24일 오전에 이뤄진, 무인카메라를 이용한 범인 검거 시연 장면이다. 이처럼 서울 강남지역 일대가 감시카메라를 통한 24시간 범죄 감시체제에 들어간다.

강남지역에서 가동되는 CCTV는 예전에 설치됐던 강남구 논현동의 5대와 지난해 설치된 37대, 올해 상반기에 설치된 230대를 합해 17개동에 272대. 감시카메라는 반경 100m 범위에서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다.

주민들이 위협을 느껴 CCTV 옆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거나, 관제센터 모니터에 범죄 우려가 있어 보이는 화면이 잡히면 관제센터의 대형 화면에 긴급상황을 알리는 음향이 울린다. 이어 현장 지도가 뜨고 가까운 지구대에도 통보돼 경찰이 즉시 출동하게 된다.

관제센터에서는 여성모니터링 요원 22명이 CCTV가 설치된 강남구 곳곳의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한다.

경찰은 “지난해 CCTV를 시범운영한 결과 5대 범죄가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강절도 사건은 41%가 감소했다”며 “이번에 감시카메라 추가 설치로 범죄예방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남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범죄 감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욱일씨(38·회사원)는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범죄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또 최유미씨(23·여)는 “공용도로에서 일어나는 일은 사생활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CCTV가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현수씨(24·여)는 “CCTV 앞을 지나갈 때마다 누군가 일일이 감시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또 논현동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오금자씨(57·여)는 “가게 문을 닫은 후에도 내부가 계속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찜찜할 것”이라고 걱정했다.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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