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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8월 2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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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절정기를 맞아 전국 휴양지마다 피서객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지만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지갑을 꽁꽁 닫은 ‘짠돌이 휴가족’이 크게 늘었기 때문.
해수욕장에서 가족 단위로 도시락 식사를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만난 황희순씨(41·경남 창원시) 가족도 이런 유형. 황씨는 “가계 사정도 어려운데 굳이 밥을 사먹을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나마 사먹는다 해도 자장면 등 값싼 음식이 대부분. 가격이 비싼 식당은 매상이 크게 줄었다. 200여개의 횟집이 들어선 충남 대천해수욕장 주변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손님이 20%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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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휴가지 주변 찜질방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숙박비를 아끼려는 피서객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 1일 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N찜질방과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D찜질방의 고객들은 동네 주민이 아니라 대부분 피서객이었다.
대신 호텔 여관 민박 등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방이 남아돌고 있다. 대부분 숙박업소에서 평일엔 40∼50%, 주말엔 10∼20% 방이 비어 있다. 방값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예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민박을 하는 조민규씨(45)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3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대한숙박업협회 해운대지부 관계자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짠돌이 휴가족 때문에 행정당국도 골치를 앓고 있다. 대천해수욕장에서는 샤워실 이용료 1000원을 아끼려는 피서객이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바람에 배수구가 막히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단속을 벌여도 별 효과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름 한철 장사를 노리던 상인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경남 남해군 상주해수욕장 동편야영장에서 텐트 대여업을 하는 강창남씨(40)는 “이용료 1만3000원이 비싸다고 깎아달라는 손님이 많다”며 “본전은커녕 인건비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씨의 경우 지난달 31일 250개 텐트 가운데 23개만 겨우 대여했다. 강씨는 급기야 채용했던 4명의 아르바이트생 중 3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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