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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29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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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과 이사를 반복하면서 연락이 끊긴 친구를 다시 찾은 기쁨도 잠시뿐. 김씨는 속칭 ‘피라미드’인 다단계 판매업을 하는 그 동창에게 시달린 나머지 이제 휴대전화에 그 친구 번호가 뜨면 받지 않는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함께하는 현실이 없는 우정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친했던 기간은 4∼5년뿐이고, 20년 넘도록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전혀 모르는데 예전 같은 우정이 가능하리라 생각한 것 자체가 무리한 기대”라고 씁쓸해 했다.
직장 동료나 요즘 친구들과 달리 옛날 친구와는 나눌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도 그를 당황케 했다. 옛 친구를 귀찮아하는 스스로에 대해서 죄책감도 들어 그는 인터넷으로 친구 찾기를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인맥관리, 친구 찾기 서비스가 유행이지만 온라인은 친구 사이를 얼마나 굳건하게, 폭넓게 해주는 걸까. 3∼4년 전 붐이 일었다가 사그라진 온라인 친구 찾기 열풍은 이제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인맥관리로 옮아갔다.
싸이월드에선 일촌맺기와 일촌의 미니홈피를 방문한 뒤 일촌의 일촌과도 관계를 맺는 파도타기가 유행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누가 방문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일촌맺기와 비슷한 이웃추가 기능이 있다. 세이클럽은 내가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은 홈피끼리의 관계가 어떤지를 지도처럼 보여주는 홈피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인맥관리가 인터넷 네트워킹의 대세로 떠오르자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등 한때 친구 찾기 열풍을 주도했던 사이트들도 알럽블로그, 아이스타일 등 개인 블로그 형식을 도입했다.
실명으로 운영되는 싸이월드에서는 오프라인의 인맥과 친구관계가 온라인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 다른 서비스와 구별되는 특징.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회사원 이혜정씨(27·여·서울 종로구 세종로)는 “36명의 일촌이 거의 다 싸이월드를 하기 전부터 알던 친구들”이라고 한다. 그에게 온라인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인맥의 폭을 넓히는 공간이라기보다 이미 친했던 친구들과 보다 일상적으로 친근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놀이터이자 수다방이다.
그는 “어차피 일촌들끼리만 만나는 공간인데 전체공개를 해서 사생활 침해를 감수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넉달 전 자신의 미니홈피를 전체공개에서 일촌공개로 바꿨다. 헤어진 남자친구나 사이가 나빴던 사람들이 미니홈피를 찾아오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친구들도 대부분 미니홈피를 일촌공개로 바꾸는 추세라고 한다.
온라인에서의 새로운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온라인 친구’에 대한 기대는 오프라인과 차원이 다르다.
자영업자인 정모씨(39·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내겐 ‘온라인 친구’들이 ‘현재 가장 자주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긴 해도 ‘가장 친한 친구들’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온라인에선 내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보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가 더 중요한데 그런 관계에서는 상대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의 재확인에 더 비중이 두어지는 관계에서 ‘우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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