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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28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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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렇지만 부부간의 비밀스런 성을 다룬 소재도 도발적이다. 남편 최수종과 함께 잉꼬부부로 살면서, 단정한 이미지를 지켜온 그에겐 파격적 선택인 셈. 그가 맡은 역은 성적 일탈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불감증으로 고통받는 30대 주부 지윤. 이 땅에서 한 여자가 살아온 흔적을 따라가면서 지윤이 겪은 성문제의 원인과 치유과정을 때론 처연하게, 때론 유쾌하게 보여준다.
26일 오후 막바지 연습에 땀 흘리는 그를 응원하기 위해 주부 문신미(33), 김영주씨(34)가 극장을 찾았다. 이들은 최수종, 하희라 부부의 팬클럽 '다솜'의 회원들. 연습이 끝난 뒤 '세 아줌마'는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하희라=겉보기엔 아무 고민도 없을 것 같은 여자가 차마 남에겐 말못할 비밀을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털어놓는 작품이야. 단순한 성에 대한 세태풍자나 아니라, 한 여자의 진정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담긴 점에서 마음이 끌렸어.
△김영주=언니의 연습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시원하고 공감이 갔어.
△문신미=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여자의 성을 다룬 이야기여서 나도 빨려들어가듯 봤어. 사랑없는 결혼을 한 여자라는 점에서 불감증이란 설정이 마음에 와닿았어. 부부 사이가 좋은데도 '밤이 무섭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
△하=부부관계는 서로의 노력에 달려있잖아. 사실 지윤도 남편의 간통사실보다 "내가 이러는 건 다 네 책임"이라고 떠넘기는 냉담한 태도에 더 자존심이 상해.
△김=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감싸주는 지윤의 첫 사랑이 멋져보이더라.
△문=맞아. 그런데 기대(?)보다 내용은 덜 야하던데(웃음). 지윤은 어려서 '고추'달린 남동생 때문에 차별받고, 사춘기 때는 맨몸에 코트만 걸치고 다니는 '바바리맨' 때문에 끔찍한 경험을 하지. 대학시절에는 남자들의 '먹었다' '먹혔다'는 소문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아예 성에 대해 문을 닫아버린 듯 해. 실제로 많은 여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잖아.
△하=아픔이 깔린 작품이기에 성적 표현도 덜 야하게 보일 수 있지. 그래도 내가 걱정을 하니까 최수종씨가 '혼자 나와서 하는데 야하면 얼마나 야하겠냐'고 용기를 줬어. 드라마나 영화라면 못했을 거야. 연출가도 야한 이미지의 배우가 나오면 관객들이 아픔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성에 대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구 하시더군.
△김=제목만 듣고는 무료함에서 첫사랑을 동경하는 작품인줄 알았어. 사실 여자들은 손만 잡아도 찌릿찌릿한, 그런 감정을 그리워하잖아.
△문=부부사이가 좋아도 문득문득 그런 감정이 생각날 때가 있어.
△하=그러니까 부부는 코드가 맞아야지. 우린 결혼생활 11년째지만 잠시 안보면 보고 싶고, 문자 메시지도 자주 주고받아. 지윤도 마음의 병에 대한 치유가 필요했을거야. 남자의 성기에 대한 충격이 있어 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도 남편에겐 그 얘기를 못하잖아.
△문='우리는 욕심 사납게 백만송이 장미를 원하지 않아요. 그저 한송이 장미를 들고 들어오는 작은 미소를 원하죠'라는 대사는 여자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남자들은 바보야. 단돈 천원으로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데. 그래서 신혼 첫날밤 포르노 같은 장면을 요구하는 남편 앞에서 지윤이 절망할 때 가슴아팠어.
△하=성의 범람 속에서 무감각해진 남자들도 피해자일 수 있어.
△김=남자들은 정력에 목숨 걸지만 여자들은 따뜻한 포옹을 더 원해.
△문=연습만 봐도 '대박' 날 것 같던데, 아줌마들이 너도나도 애인을 찾아나서면 어떻게 하지.(웃음)
△하=이 작품은 부부가 같이 보면 좋은 작품이야. 남편들도 여자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자기 행동을 돌아보면 좋겠어.
△김=난 이 작품을 통해 언니가 새로운 변신을 한다는 점에서 반가웠어.
△하=1인극이라 책임이 무겁지. 이제까지 상대 배우와 호흡을 생각했다면 이 작품은 관객과의 호흡이 중요해. 그래서 매회 공연이 새로울 것 같아. 이번에는 '연기 잘 하더라'는 말 보다 '정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싶은데 열심히 해야지.
:공연일정: 9월26일까지 화수목일 오후 3시, 금토 오후 7시반 제일화재 세실극장. 02-736-7600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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