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책의향기]쓰는 작품마다 ‘대박’ 레비

  • 입력 2004년 6월 1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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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에 처음 써 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바람에 사업가에서 소설가로 인생항로가 완전히 바뀐 마크 레비(43). 그는 쓰는 소설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프랑스 문단의 ‘벼락스타 작가’다.

평소 어린 아들 루이를 위해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했던 자상한 아버지 레비는 4년 전 누이의 권고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 중 하나를 소설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첫 소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이 로베르 라퐁 출판사에서 나오게 됐다. 이 소설은 나오자마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어 200만달러에 영화제작 판권이 팔렸다. 도서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대박이 터진 셈이었다.

레비의 두 번째, 세 번째 소설도 연이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지난 3년간 누적 판매 부수가 무려 300만권에 달한다. 금년 초에 출간된 그의 네 번째 소설 ‘다음에(La prochaine fois)’ 역시 도서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아 일찌감치 ‘베스트셀러’ 자리를 예약하고 있다.

프랑스 독자들을 사로잡는 레비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호사가(好事家)들은 ‘매스컴에 의해 만들어진 작가’라며 그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레비가 매스컴의 조명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음은 분명하다.

아무래도 ‘행복한 허구’를 추구하는 레비의 글쓰기는 ‘감성(感性)’에 원동력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진부한 이야기들을 갖고서도 독자들을 소설 속에 몰입시키는 것이 아닐까.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주제인 ‘영원한 사랑’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첫 소설이 식물인간이 된 여인과 정상적인 남자 사이의 ‘사랑과 영혼’ 이야기라면, 네 번째 소설에서 작가는 미국 보스턴의 미술수집가 조너선과 런던 화랑의 클라라 사이에서 일어난 ‘시간을 초월한 숙명적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이처럼 좀체 믿기 어려운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작가의 담백함과 온유함이 어우러지며 독자들의 감성을 더욱 자극한다.

레비는 가장 미국적인 프랑스 작가로 평가된다. 마치 영화 장면들이 흘러가듯 표층적이고 경쾌한 소설기법이 관념적인 프랑스 소설의 일반 양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적 소설’을 쓰던 레비는 최근 영화작업에도 뛰어들어 단편영화 ‘나빌라의 편지(La lettre de Nabila)’를 완성했고, 장편영화 ‘네 집에서 가까운 곳에(A deux pas de chez toi)’의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라고 한다.

임준서 프랑스 루앙대 객원교수 joonseo@worldonlin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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