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7명 안에 두고 밖에서 기자실 폐쇄

  • 입력 2004년 6월 9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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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남지역본부 서천군지부(지부장 김중겸)가 보도내용과 기자들의 취재행태에 반발, 군청 기자실을 7명의 기자가 안에 있는 상태에서 봉쇄,‘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천군지부는 지역신문인 ‘뉴스서천’이 지난달 14일 ‘배부른 해외배낭연수로 혈세낭비’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자 같은 달 24일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노조 집행부 및 서천군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일에는 조합원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허위, 추측, 의혹기사를 남발하는 ‘뉴스서천’을 단호히 거부하며, 시대착오적인 기자실 행태를 개선키 위해 기자실을 폐쇄한다”면서 기자실 입구를 ‘폐쇄 CLOSED’라고 쓰인 붉은 천을 이용해 X자 형태로 막았다.

당시 기자실에 있었던 한 지방신문사 기자는 “기자실에 모여 자진폐쇄에 대해 의논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조원들이 몰려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더니 문에 ‘쾅쾅’ 못을 박고 기자실 명패를 때어냈다”면서 “이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며 감금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는 “기자실 폐쇄를 원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전부터 밝혀왔는데도 노조가 어떤 사전통보도 없이 비인간적인 무력을 행사했다”면서 “현재 노조의 해명을 듣기 위해 만남을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군지부는 또 이틀 뒤인 3일에는 기자실 폐쇄에 따른 조합원 실천사항으로 ‘지방기자의 부당한 취재요구에 응하지 말 것과 부서별로 들어오는 뉴스서천은 보지 말고 즉시 지부 사무실로 취합해 달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청 출입기자들은 “노조측이 기자들과의 대화를 아예 거부하고 있어 군 관련 기사를 취재 보도하기 어렵다”며 일주일째 군정 관련 보도를 중단한 상태다.

한 기자는 “‘뉴스서천’의 보도에 잘못이 있으면 언론중재위, 소송 등 공식절차를 거치면 되는데 힘으로 기자실을 폐쇄하는 것은 잘못이고, 행정기관이 정상적인 취재를 거부하는 것 또한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중겸 지부장은 “그동안 쌓였던 공무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며 ‘뉴스서천’의 보도는 그 계기가 됐을 뿐”이라면서 “일부 기자들이 관행적으로 공무원을 기자실로 불러 고압적인 자세로 취재하거나 호통을 치는 일이 많아 개선을 요구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안에 사람이 있는데 밖에서 폐쇄한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가’하는 지적에 대해서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해도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막았으나 못을 박은 것이 아니고 ‘스태플러’를 이용해 상징적으로 막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막자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서로 감정이 있는 상태여서 대화가 불가능하다”면서 “기자들이 먼저 취재행태 개선을 약속한다면 대화로 풀어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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