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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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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모르는 사람과 도박을 하게 되면서 속칭 하우스란 곳까지 찾아가게 됐습니다. 하루에 800만원을 잃은 적도 있어요. 21년간 대략 1억원을 날렸죠.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2000만원 정도 은행 빚도 졌습니다.”
도박에 빠져 사흘 밤을 새고 집으로 왔을 때 부인 손에 이끌려 찾은 곳이 한국 단(斷)도박친목모임.
“대부분의 사람이 도박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이 모임에서 내가 얼마나 황폐화됐는지 알게 됐습니다. 18년째 모임에 참가하고 있어요. 도박의 유혹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단도박모임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1984년 6월 경기 부천시에서 3명의 도박 중독자가 만난 것이 이 모임의 시초. 20년 만에 회원 수는 1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전국에 49개 지부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호주 시드니 등 5곳에 교민을 위한 해외지부도 마련돼 있다.
모임은 지부별로 매주 한 차례씩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일주일 동안 도박의 유혹을 참기가 얼마나 힘들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서로 경험담을 주고받는다.
이 모임의 참가자들은 ‘커피 한 잔도 내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 그러나 무엇보다 도박장 근처에 가지 않고 돈은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도박에 참가했거나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면 바로 회원에게 연락해 자신을 강제로 데려가 줄 것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고 이 모임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부분이 사설(불법)도박장에 빠진 경우였는데 최근엔 경마나 경정 경륜 등 합법적인 도박에 중독된 경우가 더 많다”며 “그만큼 우리 모임의 역할도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단도박모임은 18일 경기 오산시의 롯데연수원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연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홈페이지(http://www.dandobak.co.kr) 또는 전화(02-521-2141, 011-890-3153)로 문의하면 된다. 도박 중독자의 가족을 위한 모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도박 중독 자가진단▼
1.일이나 공부 대신 도박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2.도박이 가정을 불행하게 했다.
3.도박이 내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4.도박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
5.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박을 했다.
6.도박이 능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됐다.
7.도박으로 잃은 돈을 도박으로 되찾겠다고 생각했다.
8.돈을 딴 후에도 더 따야겠다는 충동을 느낀다.
9.수중의 돈이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한다.
10.도박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린다.
11.돈이 될 만한 것을 팔아서 도박을 한다.
12.도박 밑천 생각에 생활비조차 아깝다.
13.도박으로 가족들과의 생활이 소홀해진다.
14.계획했던 시간 이상으로 도박을 한다.
15.걱정거리를 피하기 위해 도박을 한다.
16.밑천 마련을 위해 나쁜 일을 계획하거나 해본 적이 있다.
17.도박이 수면을 어렵게 했던 적이 있다.
18.부부싸움이나 의견대립 등이 도박 충동을 일으킨다.
19.단기간에 도박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충동을 느낀다.
20.도박 문제로 자살 또는 자해행위를 생각한다.
★위 항목 중 7가지 이상 해당되면 중독 의심
자료 : 세계 단(斷)도박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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