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무산-파행 속출…후보들 “긁어 부스럼” 기피

  • 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58분


총선 후보들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검증대인 TV 토론이 일부 후보들의 거부로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 동원의 논란이 있는 정당연설회와 합동연설회를 폐지하고 TV 토론을 활성화하기로 한 정치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당에 따르면 9일 현재 TV 토론이 무산되거나 파행을 빚고 있는 지역은 최소한 2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영등포갑·을, 강북을, 중, 전남 광양-구례 등에서 열린우리당 혹은 한나라당 후보들의 불참으로 토론회 자체가 무산됐거나 나머지 후보들만 참석해 정상적인 토론회가 이뤄지지 못했다. 또 일부 후보들은 상호 공방을 벌이는 TV 토론 대신 후보가 연설만 하는 TV합동연설회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준영(朴晙瑩) 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TV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의 인기만 등에 업은 채 유권자들에게 ‘묻지마 투표’를 강요하는 정정당당하지 못한 행태”라며 “TV 토론 불참이 열린우리당 중앙당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이평수(李枰秀) 수석부대변인은 “중앙당에서는 후보들에게 TV 토론에 적극 참여해 탄핵의 부당성 등을 홍보하라고 하고 있는데, 일부 후보들의 경우 현지 사정에 따라 자체 판단으로 토론을 기피하는 것 같다”며 “정치개혁 차원에서 본다면 유감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개정된 선거법은 정당연설회와 합동연설회를 폐지하는 대신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을 돕기 위해 지역구별로 1회 이상 TV 토론을 개최하도록 했으나 후보자의 참석 의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후보들의 경우 TV 토론에 나가봤자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만 될 뿐 득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TV 토론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가 TV 토론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는 등 역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에서 자연스럽게 제도 개선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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