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형제 드라마’는 강했다…SBS ‘폭풍 속으로’

  • 입력 2004년 4월 8일 18시 01분


《SBS 특별기획 ‘폭풍 속으로’(토·일 밤 9시45분)가 2주 연속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총 20회 가운데 4일 8회가 방영된 ‘폭풍 속으로’(연출 유철용·극본 최완규)는 집안의 기대를 받는 똑똑한 형 ‘현준’(김석훈)과 말썽만 일으키는 동생 ‘현태’(김민준)를 양 축으로 이들 두 형제의 사랑과 야망, 갈등을 담아내고 있다.

현준은 사법고시를 합격한 수재이고, 현태는 소년원에 들어가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마치는 문제아다. 그만큼 두 형제는 극과 극의 삶을 산다. 그 사이에 미선(송윤아)이 현준의 연인으로 나오다가 술집 작부의 딸이라는 이유로 맺어지지 못한다. 현태는 외국으로 도망가 이종격투기로 생계를 꾸린다.

성공한 형과 실패한 동생, 이 같은 갈등 구도는 ‘형제 드라마’의 전형으로 시청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지속되는 이유는 뭘까?》

‘폭풍 속으로’의 최완규 작가는 “중학생 시절 TV를 통해 본 외화 미니시리즈 ‘야망의 계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며 “1980년대 이후 형제 이야기를 다룬 거의 모든 드라마가 이 ‘야망의 계절’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드라마 ‘야망의 계절’이 모태

‘야망의 계절’은 어윈 쇼(Irwin Shaw·1913∼1984)의 소설 ‘리치맨, 푸어맨’(Rich Man, Poor Man)을 각색한 미국 TV 미니시리즈로 1976년 미국 ABC 방송에서 방영돼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1983년에 방송됐다. 형인 루디 조르다쉬(피터 스트라우스)는 야망을 가진 집안의 희망이고, 동생인 톰 조르다쉬(닉 놀테)는 말썽만 피우는 불량배로 나온다. 책 ‘리치맨, 푸어맨’은 ‘폭풍 속으로’의 방영에 맞춰 지난달 말 국내에서 재출간되기도 했다.

국내 드라마 중에는 김수현 작가가 극본을 쓴 MBC ‘사랑과 야망’(1987)과 SBS ‘형제의 강’(1996) 등이 대표적 형제 드라마로 꼽힌다. ‘사랑과 야망’에서는 남성훈과 이덕화가, ‘형제의 강’에서는 김주승과 박상민이 형제로 등장했다.

작가들이 형제를 대비시키는 이유는 극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최완규 작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구조가 복잡해지면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지 않는다”며 “‘형제 드라마’는 다양한 삶을 형제라는 울타리 속에 넣어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형제는 또 인간의 가장 원초적 경쟁심을 유발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이를 드라마로 만들면 인간 본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양창순 대인관계 연구소 소장은 “통상 장남은 엄격하게 키우고 차남은 자유분방하게 키운다”며 “부모의 사랑을 가지고 경쟁하는 가운데 차남은 관심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자신이 차별 받는다고 느껴 반항적이 되고, 장남은 부모를 거역하고 싶지만 억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의 수가 많지 않은 요즘에는 10, 20대 시청자들이 ‘형제 드라마’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국문과 김미현 교수는 “수직적 관계보다 수평적 관계가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형제간의 갈등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형제가 2명 이상 있는 집도 드물어 ‘형제 드라마’는 복고풍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40, 50대 시청자에 어필

‘폭풍 속으로’의 연령별 평균 시청률(TNS미디어 코리아 조사)은 10대 3.7%, 20대 5.9%, 30대 7.8%, 40대 11.3%, 50대 이상 15.6%로 나타나고 있다.

유철용 PD는 “이야기의 소재는 형제의 갈등이 주축을 이루지만 이를 형제의 화합으로 이끌어 내야할지 말아야할 지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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