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총선은 국정 심판 與독주 걱정 앞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30일 방송기자 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당의 과거 부패상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도 거대야당 견제론을 재차 강조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30일 ‘거대 여당 견제론’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국정심판론’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박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각 당 대표 릴레이 토론회에 첫 초청자로 참석해 “총선이 친노(親盧)-반노(反盧), 민주-반민주 구도로 가면 국론 분열을 심화시켜 나라가 불행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총선은 국정 심판이고 지역 인재를 뽑는 것인데 코드 맞춘 사람만 의회에 들어와 견제 없이 나라가 운영된다면 어떤 결과가 올지 두렵다”고 여당 독주 폐해론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토론회가 시작되자마자 “당이 부정부패에 연루되고 변화에 소극적이어서 나라가 어려운 때에 제 역할을 못하는 점에 대해 사죄한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곧이어 “경제가 어렵고 이념 계층 지역 갈등이 위험수위에 와 있는 등 정권이 잘못 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놓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절박하다.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패널과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박 대표는 총선 목표치와 관련해 “젊은층에 다가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추락하던 지지율이 조금 올라서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폈다.

노 대통령의 ‘총선-재신임 연계’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특정 정당을 선택하도록 하는 협박이며, 또 한 번의 선거법 위반이라는 설명이었다.

박 대표는 이어 ‘야당의 경제 발목잡기’론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대통령의 리더십과 경제관을 못 믿어 외국투자가들이 떠났는데 왜 한나라당 책임이냐. 한나라당은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문제를 책임 있게 통과시켰는데 여당이 오히려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여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역으로 제기했다.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60%가 반대한다는 걸 알면서도 국회의원 190여명이 나라를 위해 소신을 갖고 한 일이고, 책임을 지겠다”며 철회 불가를 분명히 밝혔다.

‘대권 행보’나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후광’ ‘천막 당사 쇼’ 등 예민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박 대표는 “당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기로에 있는데 대권은 상상도 안 된다”며 자신의 최근 행보와 대권의 연관을 일축했다.

또 ‘천막 당사가 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앞으로 한나라당이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로 판단해 달라”며 △선거비용과 국고보조금 사용명세의 인터넷 공개 및 감사 수용 △방탄국회 거부 △중대 선거법 위반자 제명 △지역감정 조장 후보 엄단 △네거티브 선거 지양 등을 약속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박 대표는 “아버지가 경제발전을 압축적으로 하다 보니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 아버지가 못다 한 민주화를 열심히 챙긴다는 걸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정치적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강남 코엑스 쇼핑몰을 찾아 젊은이들을 만난 데 이어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충청 대구 부산지역을 돌며 바람몰이에 나선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