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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2월 2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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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通)하였느냐?=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주연의 영화 ‘스캔들’ 중 남녀간 통정(通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올해 드라마 ‘앞집 여자’, 영화 ‘바람난 가족’ 등 불륜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붐을 일으킨 가운데 이 말은 ‘불륜의 시대’를 압축하는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하지원 이서진 주연의 MBC 드라마 ‘조선여형사 다모’ 중 사랑하는 여인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찢어지는 남자의 마음을 압축한 말. 이 드라마는 ‘하오’체에 익숙해 온 시청자들에게 현대적 구어체로 충격파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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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박중훈 정진영 주연의 영화 ‘황산벌’ 중 신라의 군사들은 백제군들이 중요한 대목마다 꺼내는 정체모를 ‘거시기’란 단어 때문에 공포에 떤다. 뿌리 깊은 지역 갈등을 상징하면서, 정확성과 구체성에 숨 막히는 현대인들에게 ‘모호함’의 쾌감을 던져줬다.
▽내 아를 낳아도=KBS2 ‘개그콘서트’의 ‘생활사투리’ 코너에 나온 말. “결혼하자”를 경상도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직설적이면서도 지역적 개성이 살아 있다.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MBC ‘코미디하우스’의 ‘노브레인 서바이버’ 코너 중 개그맨 정준하의 단골 대사. 영구 맹구 등 역대 바보 캐릭터와 달리 자신의 대답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의식을 자기주장으로 승화시키는 ‘논리적 바보’의 새 트렌드를 만들었다.
▽500년 재수=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재벌 시아버지(김성원)가 가난한 집안 출신의 며느리(김희애)에게 쏘아붙이며 내뱉는 말. 현대에도 엄존하는 시부모-며느리 간 갈등을 상징했다.
▽너 나 좋아 싫어=SBS 드라마 ‘천국의계단’에서 소년이 부모의 재혼으로 ‘법적 남매’가 된 여동생에게 사랑을 느껴 버릇처럼 묻는 말. 결코 ‘우회’하지 않는 젊은 층의 직설적이고 효율적인 표현법을 상징했다.
▽얼짱=인터넷에서 시작돼 연예계로 퍼졌다. ‘최고로 잘 생긴 사람’이란 뜻의 속어로 이후 ‘몸짱’(몸매가 좋은 사람) ‘노래방짱’(노래방에서 휘어잡는 사람) 등 ‘짱 신드롬’이 이어졌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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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있어=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코너 중 자칭 ‘영국의 권위 있는 귀족’인 세바스찬(임혁필)이 몸종인 알프레도(김인석)에게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말. 골 깊은 계층 갈등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꼬집어 서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입에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한 것이온데=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조정은)이 요리에 들어간 재료를 묻는 수랏간 정상궁(여운계)의 질문에 대답하며. 질시와 음모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솔직함과 순수의 코드를 자극해 대리만족을 주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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