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불륜' '직설적 애정표현'…유행어 속에 세상 담겼네

입력 2003-12-29 18:19수정 2009-09-2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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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캔들
2003년에도 방송 연예계에 숱한 유행어들이 나왔다. 이는 고단한 현실을 대신할 ‘판타지’를 찾는 대중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사극’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현대적 연애감정을 담은 간명하고 감성적인 사극 속 대사들이 급속히 퍼졌다. 올해 연예계를 강타한 유행어와 그 속뜻을 정리했다.

▽통(通)하였느냐?=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주연의 영화 ‘스캔들’ 중 남녀간 통정(通情)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올해 드라마 ‘앞집 여자’, 영화 ‘바람난 가족’ 등 불륜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가 붐을 일으킨 가운데 이 말은 ‘불륜의 시대’를 압축하는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하지원 이서진 주연의 MBC 드라마 ‘조선여형사 다모’ 중 사랑하는 여인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찢어지는 남자의 마음을 압축한 말. 이 드라마는 ‘하오’체에 익숙해 온 시청자들에게 현대적 구어체로 충격파를 던졌다.

MBC '다모'

▽거시기=박중훈 정진영 주연의 영화 ‘황산벌’ 중 신라의 군사들은 백제군들이 중요한 대목마다 꺼내는 정체모를 ‘거시기’란 단어 때문에 공포에 떤다. 뿌리 깊은 지역 갈등을 상징하면서, 정확성과 구체성에 숨 막히는 현대인들에게 ‘모호함’의 쾌감을 던져줬다.

▽내 아를 낳아도=KBS2 ‘개그콘서트’의 ‘생활사투리’ 코너에 나온 말. “결혼하자”를 경상도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직설적이면서도 지역적 개성이 살아 있다.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MBC ‘코미디하우스’의 ‘노브레인 서바이버’ 코너 중 개그맨 정준하의 단골 대사. 영구 맹구 등 역대 바보 캐릭터와 달리 자신의 대답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 의식을 자기주장으로 승화시키는 ‘논리적 바보’의 새 트렌드를 만들었다.

▽500년 재수=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재벌 시아버지(김성원)가 가난한 집안 출신의 며느리(김희애)에게 쏘아붙이며 내뱉는 말. 현대에도 엄존하는 시부모-며느리 간 갈등을 상징했다.

▽너 나 좋아 싫어=SBS 드라마 ‘천국의계단’에서 소년이 부모의 재혼으로 ‘법적 남매’가 된 여동생에게 사랑을 느껴 버릇처럼 묻는 말. 결코 ‘우회’하지 않는 젊은 층의 직설적이고 효율적인 표현법을 상징했다.

▽얼짱=인터넷에서 시작돼 연예계로 퍼졌다. ‘최고로 잘 생긴 사람’이란 뜻의 속어로 이후 ‘몸짱’(몸매가 좋은 사람) ‘노래방짱’(노래방에서 휘어잡는 사람) 등 ‘짱 신드롬’이 이어졌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도 받았다.

KBS2 '개그콘서트'

▽나가 있어=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코너 중 자칭 ‘영국의 권위 있는 귀족’인 세바스찬(임혁필)이 몸종인 알프레도(김인석)에게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말. 골 깊은 계층 갈등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꼬집어 서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입에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한 것이온데=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조정은)이 요리에 들어간 재료를 묻는 수랏간 정상궁(여운계)의 질문에 대답하며. 질시와 음모에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솔직함과 순수의 코드를 자극해 대리만족을 주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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