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韓中日 감독 '디지털 3인3색' 참가 봉준호 감독

입력 2003-12-09 18:03수정 2009-10-1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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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전주국제영화제
“무엇보다 디지털 영화에 욕심이 났습니다. 게릴라 같은 느낌으로 감독, 촬영, 조명 각 한 명씩 서너 명으로 팀을 구성해 작지만 자유로운 영화를 찍고 싶었어요.”

일본 이시이 소고(46), 홍콩 유릭와이 감독(37)과 함께 내년 4월 개막되는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3인3색’에 참가하는 봉준호 감독(34)의 말이다. 세 감독은 이 영화제 사무국에서 5000만원씩 지원받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30분 안팎의 영화를 제작한다. 옴니버스 3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봉 감독에게는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살인의 추억’(전국 510여만 명) 이후 본격적인 첫 영화 작업인 셈이다. 비평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충무로에서 작품 연출 의뢰가 가장 많이 쇄도하는 감독이란 점에서 그의 선택은 뜻밖이다.

왼쪽부터 유릭와이, 봉준호, 이시이 소고감독

그는 다른 두 감독과 함께 9일 오전 서울 중구 예장동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화계에서는 젊은 감독으로 분류되지만 지금까지 필름 작업을 주로 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은 디지털 분야를 체험하고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이시이 소고 감독은 자살을 시도해 혼수상태에 빠진 여배우와 그 분신(分身)간의 대화를 그린 ‘경심(鏡心)’, 홍콩 유릭와이 감독은 미래 중국의 베이징을 배경으로 젊은이의 몽환적 사랑과 꿈을 그린 ‘댄스 미 투 디 엔드 오브 러브’(Dance Me to the End of Love)를 연출한다. 봉 감독이 연출할 작품은 ‘인간 조혁래’. 평범한 소시민의 마지막 5년간 삶의 행적을 담은 ‘모자이크 다큐멘터리’.

“한 인간이 겪은 삶의 파편을 조각조각 맞춘다는 의미에서는 모자이크 다큐멘터리이고, 모든 것이 감독의 계산된 연출이라는 점에선 ‘가짜’ 다큐멘터리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카메라에 찍히고 있습니다. 노상방뇨와 속도위반을 막기 위한 감시 카메라, 현금 인출기 앞의 폐쇄회로 TV, 공익근무요원이 들이대는 캠코더, 심지어 러브호텔의 몰래카메라…. 전 국민의 생활이 다큐멘터리화 되고 있는 게 한국적 현실 아닙니까.”

그는 또 “요즘은 영화감독만 카메라 들고 영화 찍는 게 아니다”며 “모든 국민이 감독이나 배우처럼 카메라에 찍고 찍힌다는 것 자체가 영화적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살인의 추억’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내년 1월말까지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할 생각이지만 아직 가제도 붙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작사도 그냥 ‘봉 감독 세 번째 영화’라고만 부른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재난에 관한 영화입니다. 한국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등 유난히 사고가 많은 나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공포와 휴먼 스토리,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풍자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볼거리 위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한국적’ 재난 영화죠.”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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